매일신문

그래도 이정도 일 줄은… 대구의 일본인들 충격의 주말

경북대 교환학생인 가와하라 루리(22·왼쪽) 씨와 이토 모에코(20) 씨가 스마트폰으로 일본의 지진 소식을 확인하고 있다.
경북대 교환학생인 가와하라 루리(22·왼쪽) 씨와 이토 모에코(20) 씨가 스마트폰으로 일본의 지진 소식을 확인하고 있다.
류 마리(27) 씨가 스마트폰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류 마리(27) 씨가 스마트폰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크고 작은 지진을 견디며 살아온 일본인들이지만 규모 9.0의 대지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모국의 '대재앙'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는 대구의 일본인들은 모국과 자국민들이 하루빨리 처참한 재난과 상처를 극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생사확인했어요"

12일 오후 일본인 유학생 류 마리(27·여) 씨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류 씨에게 스마트폰은 도쿄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해 준 유일한 '끈'이었다. 그는 지진 발생 소식을 접하자마자 여동생 이소카와 하루나(25) 씨에게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했다. 지진으로 휴대전화가 불통됐기 때문. "아빠와 여동생은 스마트폰을 쓰거든요. 스마트폰 SNS로 곧장 연락을 해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 마음을 놓았어요."

하지만 류 씨는 어머니와 5시간째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지진 발생 당시 어머니는 전철을 타고 있었고 전철이 멈춰서는 바람에 연락이 두절된 것. "지진 당일 오후 8시쯤 엄마와 겨우 연락이 닿았고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이제 무슨 일이 생겨도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엄마도 스마트폰을 장만하기로 했어요."

류 씨는 지진에 대비해 설계된 도쿄의 집에 대해 설명했다. 크고 작은 지진을 숱하게 겪으며 살아왔던 그의 할아버지는 내진 설계로 완벽하게 무장한 집을 직접 지었다고 했다. "지진이 났을 때 할머니 혼자 집에 계셨는데 집이 흔들리긴 했지만 가구는 물론 물건이 바닥에 하나도 안 떨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집을 튼튼하게 지으신 덕분에 할머니가 큰 화를 면하셨어요."

2009년 9월 남편 류현재(34) 씨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 그는 배 속에 6개월 된 생명을 품고 있다. 류 씨는 출산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려 했지만 잠시 계획을 미뤘다. "저희 엄마는 '아이에게 안 좋다'며 지진과 관련된 뉴스도 보지 못하게 하세요.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빨리 이 재앙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시즈오카, 오사카도 안심 못해

"엄마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지진이 났다'며 탁자 밑에 숨으셨어요. 오사카에도 지진 여파가 이어졌나 봐요."

이토 모에코(20·여·경북대 교환학생) 씨는 11일 오후 오사카에 있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다 지진 소식을 접했다. 이토 씨는 오사카에 있는 가족들에게서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인터넷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쿄에서 180㎞ 정도 떨어진 시즈오카현에도 지진으로 인해 전철이 한동안 멈춰 섰다고 했다. 시즈오카 출신인 가와하라 루리(22·여·경북대 교환학생) 씨는 "이번 지진은 센다이와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토 씨와 가와하라 씨는 큰 지진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항상 지진에 대비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이들은 1년에 한 차례씩 3시간 넘게 걸리는 '지진 대비 훈련'을 받으며 지진이 발생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익혔고, 어릴 때부터 철저한 지진 교육을 받았다. 가와하라 씨는 "내가 사는 시즈오카는 바다 근처에 있어 쓰나미 위험도 있고 과학적으로 지진이 100% 발생하는 지역이라고 부모님께 익히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집이나 학교에는 비상식품과 라디오, 전등이 항상 준비돼 있고 공원에만 가도 '지진 대피소'가 따로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어도 멀리서 고국의 재난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오사카에도 '10년 이내에 큰 지진이 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또 지진이 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어요. 지진 피해 복구가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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