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우리 공항은 안전한가

이달 11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초토화됐다. 설상가상(雪上加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데 이어 규슈의 화산까지 폭발했다. 인명과 재산피해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이목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초대형 쓰나미가 바다와 인접한 센다이공항을 덮치는 모습이었다. 높이 10m의 대형 쓰나미는 검은 악마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공항을 덮쳤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공항을 선착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쓰나미가 빠져나간 센다이공항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다. 마치 몇 해 전 개봉된 일본 영화 '일본 침몰'과 우리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을 그대로 보는 듯 했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 정확히 이틀 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천시 서쪽 약 120㎞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고 하루 전 충남 태안군 해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지진의 강도가 약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강도가 조금만 셌더라면 인천공항도 센다이공항과 비슷한 운명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신공항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진원지는 바로 신공항 무용론.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신공항 무용론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한반도를 가르고 있다. 게다가 '밀양으로 해야 한다'는 대구'울산'경북'경남과 가덕도를 후보지로 밀고 있는 부산 간의 유치전은 또다시 영남을 분열시키고 있다. 일본 대지진에 버금가는 신공항 대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과 영남만의 일이 아니다. 호남과 충청권까지 밀양 신공항 지지를 선언하며 유치 논란에 뛰어들 기세다.

현재 밀양과 가덕도는 신공항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놓고 경제성과 수요 등의 분야에서 서로의 우위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신공항 자체가 경제성이 없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구경북 등 밀양 연합군과 부산은 접근성과 경제성 등에서 서로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 정작 '안전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빠져 있다. '신공항이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라는 논리에 밀려 '공항의 안전성'은 뒷전이었다. 실제 국토해양부나 각 연구소의 평가요소에서도 '과연 인천공항 하나만으로 안전한가', '이를 대체할 관문공항의 필요성은 없는가'에 대해 논의 된 적이 없다. 기껏해야 장애물, 공역(항공기 충돌을 막기위한 공간), 기상(안개 일수) 등 단순한 수치가 평가 항목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물동량이나 공사비 등 수요나 경제성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의 참상에서 보았듯 신공항 문제에서 공항의 안전성은 주요 잣대가 되야 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백두산 폭발, 북한의 도발 등 우리 항공체계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지금도 태풍이나 안개가 낄 경우 대형항공기가 국내에 대체공항이 없어 중국이나 일본으로 회항한다고 한다. 만에 하나.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청와대와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묻고 싶다. 위기는 예고가 없다. 신공항 입지후보인 밀양과 가덕도는 물론 인천공항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마 일본 참사를 계기로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안전성이 신공항 문제를 해결하는 잣대가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불행중 다행'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미증유의 대재앙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현명함이 필요할 때다.

최창희(정치부 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