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례식장 설치 싸고 해묵은 갈등 또 폭발

동신교 주변 병원 시설 변경 공사 재개…주민, "진입로 좁고 불법 주차

대구 동구 신천동 주민들이 11일 오후 S병원 맞은편 인도에서 장례식장 설치반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동구 신천동 주민들이 11일 오후 S병원 맞은편 인도에서 장례식장 설치반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병원 장례식장 설치를 둘러싸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병원 간의 해묵은 갈등이 10년 만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병원 측이 주민들의 반발과 관련 규정 위반으로 중단했던 장례식장 설치를 의료법 개정과 함께 재개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반발하고 있는 것.

1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동신교 인근 S병원 앞에서 신천동서아파트와 우방푸른타운 아파트 주민 70여 명은 2시간 넘게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장례식장 설치를 중단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S병원에 장례식장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S병원 장례식장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원을 앞둔 병원 측은 장례식장 설치를 두고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장례식장을 주민과 협의 없이 설치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줬다. 그러나 병원 측은 2년 뒤 다시 장례식장 설치를 시도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2종 일반 주거지역 안에서는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없다'는 법 규정에 따라 패소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장례식장 설치 문제는 지난해 2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부상했다. 종합병원 연면적의 5분의 1 이하인 경우 의료 부수시설로 인정돼 제2종 일반 주거지역에서도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 건물 내 용도변경도 신고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올 초부터 시설 변경 공사를 재개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천동서아파트 김진주(66) 부녀회장은 "이달 4일부터 병원 측이 다시 장례식장을 설치하려는 것을 알고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왔다"며 "가뜩이나 병원과 아파트 단지로 통하는 진입로가 좁고 불법 주정차가 심한데 장례식장을 설치하면 큰 혼잡이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중환자가 많은 신경외과 전문병원인데도 장례식장이 없어 보호자들의 불편이 큰데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만큼 장례식장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하 1층에 마련되는 장례식장은 현재 내부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달 말쯤 공사가 끝날 전망이다.

S병원 관계자는 "차량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타워와 건너편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불법 주'정차를 막도록 관리하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이용료 감면 혜택을 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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