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국가건설: 21세기 세계질서와 통치/프란시스 후쿠야마 저 (2004

리비아 사태에 국제관계 모순 집약

State-Building: Governance and World Order in the 21st Century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시민혁명 물결이 리비아에서 멈추어 선 것처럼 보인다. 리비아 사태는 카다피 정권의 격렬한 저항으로 장기화될 조짐이다. 화력에서 절대 우위인 카다피 세력이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통한 내전 확대의 길을 택하면서, 국제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무기 지원, 혹은 직접적인 군사개입이 고려되고 있으나, 유엔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의 국제안보기구나 강대국에 의한 직접적인 군사개입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회의는 각국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국제사회의 개입에 대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는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슬람 국가와의 또 다른 전쟁 가능성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는 군사적 개입에 반대한다. 각각 리비아 석유시장과 무기수출 이권이 걸려 있다는 해석이다. 사실 유엔과 나토 등 국제기구의 군사개입 혹은 기타 방식으로의 해결 노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소말리아 내전), 때를 놓치거나(나토의 코소보 사태 개입),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았을 뿐이다(르완다 내전).

리비아 내전의 장기화는 '실패한 국가'(failed states)가 만들어 내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의 심각함과 그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냉전 종식 직후(1992년) 『역사의 종언』을 통해 세계질서에 대한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텐포드 대학 교수는 『국가건설: 21세기 세계질서와 통치』(2004년)를 통해 실패한 국가들이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그마저도 여타의 다른 수단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세력에 의한 군사개입 이후 국가건설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후유증 때문이다.

리비아 사태는 파괴와 건설, 군사적 무력과 시민적 덕성, 정치의 안과 밖, 제도와 문화 등 모순적 대립 쌍들을 동시에 관리해야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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