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엔화의 강'약세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경기가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 전문가들은 대지진 이후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에 따라 곧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 중국의 경기 부양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원화 환율 상승에 따라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엔화 강세 언제까지…
일본의 원전 공포가 심화되면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2차대전 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시장의 엔'달러 환율은 16일 오후(한국시간 17일 새벽) 한때 달러당 76.52엔까지 떨어졌다. 2차대전 후 최저 환율인 1995년 4월 19일의 79.75를 처음으로 밑돌았다. 그만큼 엔화 가치(강세)가 치솟고 있다는 방증.
엔화 강세는 일본의 천문학적 복구 비용을 고려한 엔화 가수요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엔화는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반짝 약세를 보였다가 이후 계속해서 강세를 보였다.
보수적인 성향을 띤 일본인들이 위기를 맞아 해외에 투자한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일본으로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퍼졌다. 이 경우 달러 등 외화를 팔아 엔화로 바꿔야 하므로 엔화 강세 요인이다.
만약 이러한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단 국내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엔화가 곧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지진 여파에 따른 일본 경기침체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엔화 강세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엔고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엔화 약세로 돌아서면…
일본은행은 14일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18조엔을 시중에 푼 데 이어 다음날에도 8조엔을 추가로 방출했다. 16일에는 3조5천억엔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고 18일부터 22일까지 2조엔 규모의 일본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가 호전된 것도 엔화 약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복구 비용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또 1995년 고베지진 이후 4개월간 일본 엔화가 달러화 대비 20%나 상승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당시 달러화 약세 및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엔고 상승을 장기간 이어갔지만 현재 일본의 미국채권 매수 비중이 점점 줄고 있어 엔화 강세를 저지할 수 있다는 것.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과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부양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데 반해 한국 경제엔 부정정 영향을 미친다. 엔화 약세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 등 신흥국이 경기 부양책을 다시 쓸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 수출기업은 경쟁 일본 기업에 채산성 측면에서 뒤지게 된다. 또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부각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 국내 주식시장은 펀더멘털 악화에 따라 지수 1천900선 지지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일본발 악재에만 반응하고 있지만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펀더멘털 악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더욱 휘청거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엔저 현상이 굳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부각될 것이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수요가 증가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측은 "엔화 약세에 따라 조선'반도체 등 수출 품목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엔화 약세,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7일 오전 9시25분 현재 전일보다 9.70원 오른 1천140.50원을 기록해 올 들어 처음으로 1천140원대에 진입했으며, 외환 전문가들은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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