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구에서 보기 드문 일이 있었다. 대구공항을 통해 세계적인 투자 전문 회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내구(來邱)한 것이다. 자산 규모가 4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대구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투자한 회사가 대구에 있기 때문이다. 절삭 공구 업체인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행사가 끝난 뒤 상경,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하니 지역으로서는 상당한 인물을 맞이한 셈이다.
버핏은 부자답지 않은 소박한 삶을 사는 독특한 생활 태도를 갖고 있다. 세계 2위의 거부이지만 전형적인 부자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차이가 크다. 버핏은 운전사나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며, 중고차를 손수 몰고 다닌다고 한다. 평소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 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1958년에 구입한 약 3천만 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을 망칠 수 있다"고 단언한 사람이다. 그 신념대로 2006년 6월 자기 재산의 85%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액수로 37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에 이른다.
그런 그가 대구를 두 번째 방문했는데도 어째 마음이 찜찜하다. 그가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대구공항에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적인 부호가 전용기를 몰고 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그의 소박한 생활관으로 볼 때 '대구공항이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었다면 전세기를 타고 왔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밀양 정도에만 국제공항이 있었더라도 어쨌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인천공항에 내렸을 경우, 최첨단 로봇 공장이 있는 대구까지 오는 데 걸리는 엄청난 불편함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비해 초라한 공항 규모를 보고는 과연 대구에 추가 투자할 의욕이 생겼을까.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의료산업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대구에 '제2의 버핏' 같은 인물이 투자하러 오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시 냉정해진다. 어쨌든 워런 버핏을 보면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 것은 비록 나만의 감회만은 아닐 것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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