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고용 안정과 직업를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22일 오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1월 취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50) 이사장이 대구를 찾았다. 그는 불안정한 직장을 맴돌아야 하는 장애인들의 현실과 단순 노동에만 편중돼 있는 점을 넘어야 할 '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노동의 양적 생산성만 강조하는 경쟁 사회에서'공존'을 모색하는 공동체 사회로 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이 이사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다. 하지만 그는 대학 시절 장애인연합서클에서 활동하며 일찌감치 장애인 복지에 눈을 돌렸다.
"저 역시 장애인(지체장애 3급)입니다.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들이 왜 차별 받아야 하는지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거죠." 그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에 서클 멤버들과 함께 '장애인 권리 선언문'을 작성했다. 당시 선언문을 쓰기 위해 읽었던 헌법책은 그에게 큰 감명을 줬다. 그 책에서 미국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에게 '우선 취업권'을 줬다는 내용을 읽었고, 그때부터 '장애인 의무 고용'이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그의 꿈은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1990년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됐으며 마침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설립됐다. 그는 1997년 대통령비서실 사회복지수석실 행정관으로 활동하는 등 신념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 발자국씩 현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된 지금 그는 더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전국 평균 1.87% 정도. 그는 고용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 안정이라고 했다."공항에서 걸레질을 하는 청소직은 지적 장애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장애인들에게도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또 장애의 종류 만큼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업군도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적 장애와 지체 장애, 시각 장애 등 장애인들도 각기 다른 장애를 앓고 있잖아요. 지적 능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시각 장애인들은 '직무 지도원'이 옆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비장애인들처럼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 복지라는'외길 인생'만을 걸어온 이 이사장은 자신만의 '정의론'을 갖고 있다. "사회학자 존 롤즈는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차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실력을 가졌다면 장애인을 먼저 고용하는 것, 그것이 정의가 아닐까요."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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