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1년, 우리 사회는 과연 변했나

26일로 천안함이 폭침된 지 만 1년이다. 겉으로 드러난 천안함 사태의 실상은 북한의 공격에 수많은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안보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야당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렸다. 수많은 국민들이 "설마 북한이…"라며 고갯짓을 했고 언론과 여론은 들끓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일이 된 채 진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동안 좌초설, 내부 폭발설에다 폭침 조작설까지 말이 많았다. 진실은 하나인데 '딱 보니 좌초다' '아니다' 갑론을박하다 제풀에 지쳐 그냥 묻어두고 있는 상태다. 증거를 찾고 진실을 명확하게 가려내는 것이 사실 급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천안함의 비극이 있었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천안함 사태는 한마디로 나태한 안보 의식의 결과물이자 우리 내부의 불신과 반목이 낳은 비극이다. 국가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위기 상황에도 각 정치세력들은 당파적 이해에 허우적대며 억지를 부렸다. 위기 의식을 갖기는커녕 정권에 불신이라는 고리를 걸어 뒤흔들고 그 반사이익을 노리는 데 혈안이 됐고, 국민은 이 말 저 말 옮기며 혼란을 부추겼다.

지금 천안함의 잔해가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보존돼 있다. 누구든 원하면 볼 수 있다. 두 동강이 난 채 서 있는 천안함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이 사태의 본질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비극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누가 그 참화를 불렀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한 채 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떠들어대는 사회라면 천안함 진실 밝히기는 공허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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