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누구나 정당하게 번 돈을 빼앗기지 않게 보장한다.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많이 번 만큼 호사를 누리게 한다. 사유재산은 이기적이고 이를 인정하는 자본주의도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대기업 초과 이익 공유제'로 왈가왈부 논란이 거세다.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대기업 근처에도 못 가본 서민들까지 논란에 가세한다. 손꼽히는 재벌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주무 부서 장관의 비판이 이어지자 전직 총리를 지낸 정 위원장은 "이 정부에 동반 성장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자유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나 늑장 지불, 기술 탈취 등 불공정 행위는 고쳐야 하지만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를 흔드는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익 공유제에 우호적인 측은 자유 시장경제 학자인 그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 환경을 먼저 돌아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웃음 뒤에는 허리띠를 졸라맨 중소기업과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애환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어제 관훈클럽 포럼에서 이익 공유제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이보다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적인 부분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면 공정거래위와 같은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하지만 공정위 제소는 대기업과 거래 관계를 끊는다는 각오를 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벌 총수가 상생을 위해 1조 원을 내겠다고 선언해도 실무 담당자들이 절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선심성 선언은 실천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욕심을 버리고 내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눔을 실천하며 산 분들의 삶이 우뚝 빛나는 까닭도 그분들의 살아간 방식이 일반 세상살이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썩어 버리더라도 내주지 않는 게 사람의 욕심이다. 그러기에 이익 공유제는 설득력이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타인과의 나눔은 곧 나누는 자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한다는 진리를 생각하면 이익 공유제는 결국 대기업을 위한 일이 아닌가.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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