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주변 가볼만한 곳1

옛 사람 정취 젖어 삼강주막 막걸리 한 잔

예천이 주는 첫 인상은 단아하다. 안동을 지나 예천 땅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전원풍경이 시야를 메운다. 소백산맥 기슭에 위치한 까닭에 마을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산들도 하나같이 모나지 않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산들은 높지 않지만 반듯하다. 꼿꼿한 선비의 기상이 묻어난다. 물 맑고 인정 많은 충효의 고장이라는 명성이 그냥 붙은게 아닌 듯 했다.

◆예천군-전원풍경 체험

◇회룡포=대표 명승지는 바로 용궁면 대은리의 회룡포(回龍浦). 회룡포는 비상하는 용처럼 물이 마을을 휘감으며 돌아나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남쪽으로 흘러가다 길을 막아선 비룡산을 만나자 350도 돌아나가며 거대한 육지 속 섬을 만들었다. 물길 끝에 뭍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형국이어서 금방 똑 떨어질 것 같다.

회룡포의 진면목을 보려면 곧장 회룡포마을로 가지 말고 장안사가 있는 비룡산 회룡대에 올라야 한다.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안동IC에서 빠져 예천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회룡포를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나타난다.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장안사'회룡대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을 잡으면 이내 장안사 주차장에 닿는다.

회룡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완벽한 물돌이동(물이 돌아나가는 마을)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길로 30여㎞ 떨어진 안동 하회마을의 물돌이와는 격이 다르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의 물돌이가 반달 모양이라면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회룡포는 보름달에 가깝다.

◇삼강주막=낙동강과 금천, 내성천이 합류하는 삼강나루에 자리 잡고 있는 경북도 민속자료 제134호다. 예로부터 삼강나루는 서울로 통하는 길목으로 물류 이동이 활발했다. 보부상, 길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장날이면 나룻배가 30여 차례 다닐 만큼 분주했다. 삼강주막은 나들이객들의 허기를 면해주고 쉴 곳을 제공해주는 휴식처였지만 나루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경북도는 낙동강 1천300리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조선시대 주막인 삼강주막과 1934년 대홍수로 소실된 보부상'사공 숙소를 복원하여 관광객을 받고 있다. 옛 보부상이 그러했듯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으레 전과 묵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삼강주막 옆에는 화려했던 세월을 기억하는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서 있다.

◇선몽대=예천 호명면 백송리 내성천변에 있는 선몽대는 퇴계 이황의 종손이며 문하생인 우암 이열도가 신선이 내려와 노는 꿈을 꾸고 1563년 지은 정자로 조선 중기 퇴계 이황과 학맥이 닿은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중요한 곳이다. 당대의 석학인 이황을 비롯해 약포 정탁, 서애 류성룡,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의 친필 시가 목판에 새겨 전해오고 있다. 퇴계 선생이 '선몽대'란 세 글자를 쓰고 시를 보내주자 이 시를 차운하여 이열도 정탁 류성룡 김상헌 이덕형 김성일 등이 시를 남겼다고 한다.

선몽대 숲은 넓지는 않지만 수령 300년이 넘어 보이는 잘생긴 노송을 중심으로 단풍'은행'버드나무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성천변에 서면 눈 앞에 평사십리(平沙十里)의 길고 넓은 모래밭이 펼쳐진다.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선몽대는 계절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군위군-한밤마을 돌담길 체험

돌담 마을로 유명한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한밤마을). 돌담길은 한 시간쯤 걷기에 알맞을 만큼 구불구불하고 정겹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그 너머로 길이 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길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이 막혔는가 싶더니 널찍한 마당이 나타난다. 요즘으로 치면 광장이다. 광장은 다시 골목으로 이어진다.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집안이 보인다 싶다가도, 키보다 높은 돌담 아래에 서면 주눅이 든다.

이 마을 돌담은 이중으로 쌓아 두껍다. 시멘트 한 줌 섞지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밀어도 꿈쩍 않는다. 듬성듬성 숨어 자라는 담쟁이와 나무뿌리가 콘크리트 철근처럼 돌담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한두 그루씩 서 있는 산수유 나무에서 샛노란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다. 골목 중간엔 산수유 과수원이었음 직한 농장도 있다.

◆봉화군-산과 강 절경 체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고장, 봉화의 매력에 흠뻑 젖어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봉화의 빼어난 산과 계곡, 하천을 둘러보면 절로 탄성이 나오기 마련. 조상들의 슬기가 깃든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봉화다.

◇청량산과 하늘다리=봉화 재산면 남면리와 명호면 북곡리, 안동시 도산'예안면에 걸쳐 있는 청량산 도립공원(해발 870m). 이 산에는 '하늘다리'란 새로운 명소가 등장,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량산 자란봉(해발 806m)과 선학봉(해발 826m)의 해발 800m 지점을 잇는 길이 90m, 바닥 높이 70m 규모의 출렁다리가 놓였다. 이 출렁다리는 국내 산악지대에 설치된 보도형 교량 중 가장 길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현수교(기둥 사이를 줄로 이어서 만든 다리)다.

계곡 사이로 바람이 불면 다리에 흔들림이 심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뒤 건너야 할 정도다. 바위를 깎아 세운 듯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풀리지만 하늘을 이고 있는 자란봉과 선학봉에 걸터앉은 하늘다리와 주변에 펼쳐지는 기암괴석, 금강송의 향연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하늘다리를 가는 길에는 고찰 청량사를 만나게 된다.

◇축서사=해발 1,260m의 웅장한 문수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절은 의상대사가 부석사보다 3년 앞서 신라 30대 문무왕 13년(673)에 창건했다. 전설에 의하면 물야면 개단리 결단이란 곳에 지림사라고 하는 사찰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의상대사가 이곳에 유숙하던 중 밤중에 창문으로 야광이 비쳐 밖으로 나가니 지금의 축서사 자리에 광채가 있어 그 자리를 찾아가니 비로자나불로 인해 비치는 서광이었던 것. 그래서 이곳에 사찰을 창건하고 축서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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