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사전적 정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인데 방점은 '스스로'의 글자 위에 찍어야 될 겁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러한 일은 너무나 많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자살'이라는 단어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나라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이 중에서 20,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10년째 자살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가의 무(無)대책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봅니다. 아마도 자살은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특별히 의지가 박약한 현실 부적응자의 행동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합의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자살이 정신건강의 문제일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력이 있거나 막다른 상황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도 모두 자살을 택하는 것이 아닌데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근간에는 그 상황에 이르게 한 조건과 제(諸) 문제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사회안전망의 부재나 제도적 악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앞에 놓고 있다면 충고와 원론적인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행동에 이르기 전에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심에 이르기 전, 많은 번민과 갈등이 있을 때,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그것을 적극 만류할 체계적 매뉴얼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와 국가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민간의 참여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자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생명 존중 사상은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든 몸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은 신에 대한 불손한 행위로 간주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을 죽이는 살인과 같이 자신을 죽이는 행위도 다를 것 없는 죄악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인 유교 또한 부모님이 주신 신체를 잘 보전하는 것을 효의 으뜸으로 삼았으며 부모보다 먼저 삶을 버리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보았습니다. 하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불교 또한 생명 존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부처님은 자살을 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살은 결국 또 다른 악업을 낳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생이 마지막이며 더 이상의 이어짐은 없다'는 생각은 죽으면 끝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불교는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며 그렇게 끝난 삶은 훨씬 더 힘든 다음 생에서 그것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지워져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살은 어느 한 쪽도 아닌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그 두 가지가 모두 포함된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라 해도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과 고민은 사회와 그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적인 문제로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토마스 조이너는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자살을 택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소속감의 부재'와 '타인에게 짐이 된다는 의식'을 꼽고 있습니다. 소속감이란 속해 있다는 자존감과 안정감입니다. 또한 사회와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긍심입니다. 소외와 따돌림이 자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절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모든 절망이 자살을 택하도록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와 조직이 조금의 자존감과 자긍심만 키워준다면 얼마든지 자살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카뮈는 자살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은 내 인생에 내가 패배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며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패배와 몰이해, 삶의 가장 어두운 면은 죽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설정에서 패배하는 것이고, 인정받지 못하는 몰이해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심을 통한 자살방지 프로그램과 더불어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존재감과 자긍심, 이해의 수용을 생각해 봅니다.
성타(불국사 주지스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