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론볼의 도시로!'
론볼 수성클럽(회장 서인창'51)이 20년 후를 내다보고 야심 차게 내건 슬로건이다. 이 클럽의 창립을 주도한 서인창 회장은 2006년 6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지난해 10월까지 4년 5개월 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100여 명의 이 클럽 회원 대부분도 서 회장처럼 몸이 불편하다.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론볼을 접한 서 회장은 "론볼은 장애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운동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함께 즐길 수 있다"며 "걸음마 단계의 수성클럽을 활성화시켜 대구를 론볼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걸음마 시작한 론볼 수성클럽
론볼 수성클럽의 자칭 '큰 머슴'인 서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대구 달서구 첨단문화회관 옥상에 마련된 인조 잔디구장에서 론볼을 처음 접했다. 이날 클럽 김순혜 부회장과 함께 이곳을 찾은 그는 공을 던지는(론볼은 던지는 것이 아니고 굴리는 것) 시행착오 끝에 2시간 동안 장애를 잊고 론볼에 빠져 흠뻑 땀을 흘렸다. 그런데 이날 저녁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보조기 없이 맨발 상태에서 걸을 수 없었던 그가 4년여 만에 발이 뒤집혀지지 않은 채 집 거실에서 안방까지 이동한 것이다.
재활치료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서 회장은 그가 다니던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수성구 파동)의 사군자실 회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론볼 배우기에 나섰고, 심갑보 회원의 제안에 따라 사군자실 회원들을 중심으로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론볼 수성클럽은 올 1월 26일 회원 70여 명으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회원은 현재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회원 대다수는 수성구 주민이며 나이는 20대에서 80대까지 분포돼 있다. 남녀 비율은 남성이 55% 정도로 여성보다 조금 더 많다. 회원 대부분(약 80%)은 장애인이며 비장애인은 20여 명으로 장애 회원들을 돕는 사실상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장애 회원을 유형별로 보면 뇌병변이 60%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지체, 시각 장애 순이다.
클럽의 매니저 황미정(클럽에서 황비앤공주로 불림) 씨는 수성클럽을 알리고 회원들의 운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황 씨는 "론볼을 통해 재활운동을 하고 자긍심을 높이려는 회원들의 의지가 대단하다"며 "클럽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했다.
◆론볼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달 16일 수성구 파동초교 운동장(인조 잔디구장). 꽃샘추위로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20여 명의 수성클럽 회원들이 론볼을 즐겼다. 매주 수요일은 회원들이 론볼 실력을 가다듬는 날이다. 장애로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몸의 한쪽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회원들은 정성을 기울여 공을 굴렸다. 공을 굴리는 자세도 안정된 모습이었다. 한 번이라도 더 공을 굴리려 하는 모습에서는 장애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특히 이날 수성클럽은 '숙원'인 경기장 확보를 위해 파동초교(교장 류민하)와 협약을 맺었다. 파동초교가 학교 인조 잔디구장을 클럽의 운동공간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클럽 회원들이 특기를 살려 방과 후 수업 때 학생들을 지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이 운동할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파동초교는 학교 특성상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없고 운동장 내 휠체어 진입도 통제해 이동과 운동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회원들의 활동 무대인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잔디밭도 잔디 보호 때문에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복지관 체육관에 농사 보온용 매트를 깔아 운동을 하지만 배드민턴 회원들과 운동공간이 겹치면서 매번 매트를 다시 깔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수성구청 등 기관'단체에 론볼 전용경기장 마련을 호소하는 한편 신천 둔치 등을 다니며 론볼을 할 공간을 찾고 있다.
서 회장은 "론볼을 통해 장애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찾고 있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 수성클럽을 우리나라 최고의 론볼 동호회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볼은 '구슬치기'
론볼(Lawn Bowl)은 잔디에서 주발(공)을 굴린다는 의미 그대로 타원형의 공을 굴려 승부를 가리는 운동이다. 표적이 되는 공인 '잭'(흰색 또는 노란색)을 먼저 굴려놓고 공을 근접시켜 겨루는 방식이다. 승부는 어느 팀이 많은 수의 공을 표적구에 근접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매회 점수를 더해 주어진 시간이나 정해진 횟수에 최다 득점자가 승리한다. 개인전과 2, 3, 4인조로 나눠 경기할 수 있다. 공은 완전한 구형이 아닌 타원형이어서 휜 경로로 굴러간다. 잔디밭과 인조 잔디구장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고 경기 중 서로 대화하며 우의를 다질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상대 전략에 따라 냉철한 판단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지적인 운동이다. 경기 규칙이 구슬치기와 가깝고 볼링, 골프, 컬링 등의 경기 요소도 가미하고 있다.
1299년 영국에서 시작돼 널리 행해지고 있다. 1960년 영국의 한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장애인 운동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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