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과 40대 아버지가 장애인들이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고 법적으로 보호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600㎞의 국토 대장정 길을 걷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 주인공들은 이진섭(47·부산장애인부모회기장해운대지회장) 씨와 아들 균도(18) 군이다.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차가운 날씨 속에 이들 부자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한발 한발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 부자는 이달 12일 부산을 출발해 24일 구미시청에 도착했다. 200㎞가량을 걸어온 것이다. 다음 달 20일 열릴 세계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에 15㎞씩 걷고 있다.
균도 군은 키 180㎝, 몸무게 100㎏의 거구이다. 이런 아들이 도보 중에 갑자기 도로 가운데로 뛰어들거나, 도로 옆 야산으로 달아나 버리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래서 아버지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구간에서는 아들을 노끈으로 묶은 뒤 허리춤을 꽉 잡고 걷는다.
건장한 청년도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발달장애(자폐 1급)를 앓고 있는 균도의 얼굴에는 전혀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아들을 위해 부산가톨릭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사회복지사가 된 아버지는 균도에게 더 넓은 세상을 느끼게 해주고 발달 장애인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균도와 세상걷기'에 나섰다.
또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및 발달장애인지원법 4월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39박40일에 걸친 국토 대장정 길을 나선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부인과 가정에서 역할까지 바꾸었다. 부인 박금선(45) 씨가 작은 커피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기장·해운대지회장은 "아들 균도의 사회진출을 준비하고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싶다"면서 "장애아동 가족들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국회 통과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도 참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구미시 김재홍 부시장은 "발달장애인들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보호받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균도와 함께 세상걷기 행사가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격려했다.
한편 이들 부자가 가는 지역마다 장애인단체 및 장애아를 둔 부모들도 함께 걸으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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