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러기발

한·중 축구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공한증'이다. 겉멋만 잔뜩 들어 승부는 뒷전인 선수, 정보 분석이나 전술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코칭 스태프라면 그 축구는 물어보나마나다. 게다가 삼류 축구라는 위기 의식은 눈곱만치도 없고 판판이 깨져도 '웬 공한증' 하며 성질부터 낸다면 답이 없다.

이는 중국 축구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군 구조 개편을 위한 '국방 개혁 307계획'을 놓고 군이 내홍을 겪고 있다. 73개 과제를 담고 있는 307계획 중 '합참 개편'에 대한 내외부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예비역 장성들이 개혁안을 브리핑하던 장관에게 야유를 하고, 현역 장교들도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노태우 정권 때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으로 분리한 군정권(인사)과 군령권(작전 지휘)을 재통합해 합참의장에게 모두 준다는 계획에 반발이 거세다. 군의 합동성 강화가 목적이라는데 이럴 경우 각군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부작용이 크다고 반대자들은 주장한다. '예비역 압력에 휘둘리지 말라'는 대통령 발언까지 있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중국 고사가 있다. 조나라 왕이 초나라에 사신을 보내며 "신중히 내 말에 실수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명을 받은 사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왕에게 "오늘처럼 거문고 소리가 슬프게 들린 적이 없습니다"고 하자 왕은 "조율을 해서 그렇소"라고 답했다. 사신이 "그럼 기러기발에 표시를 해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되물으니 "건조하고 습한 정도와 줄의 느슨하고 팽팽한 정도에 따라 기러기발을 밀고 옮겨야지 표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오"라고 왕이 말했다. 이에 사신은 "조와 초의 거리가 천 리가 넘는데 가는 동안 흉사가 생기면 위문해야 할 것이고,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를 해야 합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기러기발을 옮겨야지 표시해 둘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고 말했다.

옛말에 허벅지에 살이 붙은 장수는 장수가 아니라고 했다. 지금 국민 눈에 군 간부들이 군무원처럼 비치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합동성은 팀워크다. 동네 축구에서도 팀워크는 기본이다. 안보를 책임지는 군이 합동성 문제 하나조차 풀지 못하고 밥그릇 싸움에 제도 탓만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제는 합동 작전 능력과 지휘 능력의 결여다. 제도가 아니다"는 예비역 장성의 발언이 자꾸 걸린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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