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한국경제

세계는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Middle East and North Africa)지역의 민주화 열풍과 일본 동북부 거대지진'쓰나미 피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종결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유력한 것이 없다. 간단치 않다. 카다피는 NATO군에게 미국이 작전 지휘권을 이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무뎌진 발톱을 가진 사자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갈 때까지 가겠다는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친다. 그도 그럴 것이, 다국적군이 자신의 숨통을 죄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버텨 볼만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리비아의 내전 문제가 단순히 정치적 혼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통해 세계경제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은 세계경제에 비용 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 인상은 상당규모의 민간과 정부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신흥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페르시아만의 섬나라 바레인 소요사태가 이란, 이라크를 연결하는 시아파 벨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예멘을 잇는 수니파 벨트 간의 아랍권 국지전으로 비화될 경우 유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최악이 된다. 이들이 생산하는 석유생산량은 OPEC 석유생산량의 60%가 넘는다.

유가는 심리이면서 정치다. 미래 유가는 MENA 사태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배럴당 150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면 세계경제의 더블 딥이 불가피하다. 세계경제가 호시절도 아닌 때에 이런 강펀치를 맞는다면 세계경제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일본 동북부 거대지진으로 세계 3위의 경제 일본이 휘청거린다. 전 세계 GDP의 8% 미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강력한 통화인 '엔'을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대기업과 경쟁력 있는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일본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면 세계경제도 공급사슬이 무너지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미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 등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1분기에 애초 예상치보다 약 0.5%P 하락할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엄청난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일본의 관동지역은 사람이나 생명체가 반영구적으로 살 수 없는 죽은 땅이 될 것이다.

한편 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는 오르고, 여기에 점차 기상이변과 일본의 상품 수요가 증가할 경우 식료품 가격, 생수 값도 오른다고 보면 올해 상반기 말부터는 한국 소비자 물가도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애를 쓰지만, 물가는 잡겠다고 잡히는 동물이 아니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다면, 가뜩이나 800조원의 가계부채에 이자 부담만 늘리는 형국이 되니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자녀 교육비 등등을 생각하면…. 참 어렵다! 그렇다고 안 올릴 수도 없다.

유가와 물가는 다 오르고, 환율은 떨어지면 수출은 줄어든다. 경제성장률도 하락한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지면 먼저 힘들어지는 건 서민경제이고,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무슨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시장구조 뜯어고쳐 기름 값, 통신비 내리겠다." 대한민국 경제장관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얘기다. 독과점 시장구조를 지적했다. 대체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아셨단 얘기는 아닐 거다. 유류세를 내리려면 빨리 내려야 한다. 정부와 정유사가 우물쭈물 거리다 시간만 다 간다. 통신료도 당연히 내려야 한다. 2인 가구 이상 가구 당 평균 통신비 지출이 지난해 월 14만원 정도다. 미국에서는 석유와 무선 전화료는 주 정부나 연방정부의 규제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이들을 밝힐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시장은 미국처럼 완전경쟁시장에 가깝지 않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 물가에 잡히는 주름은 쉽게 펴는 방법이 없다. 문제를 너무 어렵게 풀어 가려 한다. 간단한 것은 좀 간단하고 명확하게 풀어갔으면 한다. '정직'과 '보국'(報國)'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떳떳하게 국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해 줄 것을 당부하면 어떨까?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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