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지화 짜맞추기쇼 명백…지금까지 우리를 가지고 논건가"

시민사회단체, 경제·노동·학계 가세, 4개 시·도 분노 폭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동남권 신공항 결사유치 대학생 문화 한마당'에 앞서 여성들이 촛불을 켜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정부가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시'도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노동계, 학계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4개 시'도 시민들은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촛불시위와 단식에 들어가고 대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신공항, 생존의 몸부림=영남권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결사추진위)는 29일 오후 7시부터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시위를 벌였다.

노정숙(66'여) 씨는 "대구 경제가 너무 침체돼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이 텅텅 비어간다"며 "신공항 밀양 유치는 우리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서 살아갈 토대다. 후대를 위해 한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도 죽을 각오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분노는 대통령에게까지 향했다. 박수부(68) 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신공항 공약으로 많은 표를 얻어갔지 않았느냐. 지금 와서 정치적 논리로 공약을 팽개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정 결과에 따라 결사 항전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광길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단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이것은 생존의 몸부림입니다. 실패한다면 이제 희망은 없습니다. 절절한 심정으로 촛불을 모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 한 몸 던져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결사대가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믿었다=학계도 일어섰다. 대구경북 21개 대학교수회로 구성된 대구경북교수회연합회(이하 대경교련)는 29일 긴급 성명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움직임을 규탄했다.

대경교련 측은 "신공항은 영남권을 비롯한 남부권의 생존뿐만 아니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을 주도하며, 대형재난 및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제2관문공항'으로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심상찮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 등 영남권 4개 시'도 공무원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행보가 갈팡질팡하고 있고 그릇된 판단으로 영남인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도 성명에서 영남권 생존과 미래발전의 핵심이자 대통령 공약사항인 동남권 신공항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경제단체도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구상공회의소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1천300만 영남권 시도민과 경제인들의 숙원이자 국가경쟁력강화의 핵심요소인 '동남권 신국제공항'의 입지평가를 앞두고 근거 없는 경제성 논리를 들어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수도권 중심론자들의 얕은 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도 "그들에게 지방은 없었다"는 성명서를 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가덕도와 밀양 공항 모두 경제성이 떨어져 신공항 건설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우선한 결과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신공항 백지화를 기정사실화 해 놓고 짜맞추기식 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이창환'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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