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터·봉사 무대 열창 40년 박정희씨, "나도 정식 가수"

안동 특산물 '홍보 명물' 박정희씨 첫 음반

안동을 비롯해 전국을 돌며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노래 봉사를 하고 안동 특산물을 홍보하고 다니는 박정희 씨가 최근 첫 음반을 내고 늦깎이 가수로 데뷔했다. 엄재진기자
안동을 비롯해 전국을 돌며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노래 봉사를 하고 안동 특산물을 홍보하고 다니는 박정희 씨가 최근 첫 음반을 내고 늦깎이 가수로 데뷔했다. 엄재진기자

"40년 동안 꿈꿔왔던 정식 가수가 됐습니다. 이제부터 내 노래로 지역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안동을 비롯해 전국을 돌며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노래 봉사를 하고 안동 특산물을 홍보하고 다니는 박정희(58·안동시 운흥동) 씨가 19일 첫 음반을 낸 뒤 신곡발표회를 겸한 기념공연을 갖고 늦깎이 가수로 새 인생을 출발했다.

박 씨의 삶은 한마디로 드라마다. 땅끝마을인 전라도 해남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낯선 도시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신상옥 감독이 연출하고 최불암·강수연이 주연한 영화 '방문'에도 출연했으며 지상파 방송과 국방부 홍보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2003년 당시 최고의 배우였던 김민종, 김정은, 독고영재, 이종원 등이 주연을 맡은 '나비'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이때 그는 이미 안동사람이 된 상태였다. 30여 년 전 배우 시절에 김길홍 전 국회의원과 맺은 인연으로 가끔씩 행사 때 안동을 찾아 경로잔치 등 봉사활동을 펴오다 2001년쯤 아예 안동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머니 생전 육순'칠순 잔치 한번 해드리지 못한 게 평생 가슴에 응어리졌어요. 그때는 빨리 성공해서 호강을 시켜 드리고 싶었지만, 결국 막내 자식으로서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이 저세상으로 어머니를 떠나 보낸 것이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어요."

자신의 꿈인 가수의 길을 위한 봉사였지만 박 씨의 노래 봉사활동은 어머니에 대한 막내아들의 그리움과 효도를 다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박 씨는 40여 차례의 봉사활동을 폈다. 노인대학, 경로당, 경로잔치 등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를 불렀다. 비록 자신의 노래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노래를 박수를 치며 들어주는 어르신 팬들에게는 '멋쟁이 가수'였다.

지난해 3월에는 안동사람 75명으로 구성된 '사랑회'라는 봉사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못다 한 효도를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그에게 가수의 길이 열렸다. 그의 열성에 감동한 손재섭 작곡가와 한험만 작사가, 장욱조 편곡인을 만나면서 '앙큼한 여자' '당신만 있다면'이라는 자신의 노래를 가지게 된 것.

19일 안동KBS공개홀에서 가진 '가수 박정희 음반출시 신곡발표회 및 기념공연'에는 '땡벌'의 강진 씨를 비롯해 동료 가수들과 팬 300여 명이 몰려와 늦깎이 정식 가수 데뷔를 축하해 주었다.

박 씨는 "안동이 제게는 꿈의 땅이 된 셈"이라면서 "안동 특산품을 전국에 알리고 안동사람들의 정을 전국에 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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