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 영화 리뷰] 위험한 상견례

전라男 경상女 80년대 연애담…지금 보니 웃을 일?

위험한 상견례
위험한 상견례

경상도와 전라도에 얽힌 숱한 일화들이 있다.

두 지역의 기질적 차이에 본인의 경험들이 덧칠돼 술자리를 달구기도 한다. 주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군대 고참이 전라도내기인데…"라던가 "내가 언제 거기 갔더니…" 등의 이야기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감정적 벽을 만든다.

김진영 감독의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이런 일화들을 채록해 만든 로맨틱 코미디다. 3김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상황과 지역 연고를 내세운 프로야구 등 두 지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두 지역에 살고 있는 남녀의 고군분투 연애담을 그리고 있다.

광주에 살고 있는 순정만화 작가 현준(송새벽)과 부산에 살고 있는 귀여운 여인 다홍(이시영)이 사랑에 빠진다. 펜팔로 시작된 만남은 어느덧 둘을 갈라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버티고 있으니 "경상도? 꿈도 꾸지 마라!" "죽어도 전라도는 안돼!"라는 양가의 반대다.

이런 이유로 다홍을 접을 수 없었던 현준은 예비 장인에게 인사하기 위해 부산행을 감행한다. 서울남이라고 속이기 위해 서울말까지 배우지만, 속까지 전라도 사람이었던 현준의 처가 생활은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위험한 상견례'는 각종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송새벽의 첫 주연작이다. 어눌한 말씨에 전라도 사투리까지 더해 사랑에 목을 매는 착한 남친의 이미지를 잘 연기하고 있다. 최근 안동에서 열린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관심을 모았던 이시영도 코 막힌 "오빠야~" 사투리를 쓰며 귀여운 경상도 아가씨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백윤식, 김수미, 박철민 등 조연들의 코믹한 연기로 2시간가량 웃음을 선사한다.

'위험한 상견례'는 코믹한 상황 묘사로 승부를 거는 영화다. 부산 구멍가게에서 껌 한 통을 사려다 "죄다 롯데껌이네. 아짐(아줌마), 해태껌 없어?"라고 묻는 장면 등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또 다홍의 아버지(백윤식)가 "뭐 어때? 전라도만 아니면 되는데?"라는 등 정체를 감춘 현준이 위기를 넘기는 상황도 웃음 포인트다.

이외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뚱뚱한 아이의 운동복에 '이대호'라고 적혀 있고, 순정만화의 우스꽝스런 캐릭터, 질펀한 욕설 등 곳곳에 웃음 코드를 배치했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 1980년대 대표적인 가요들도 등장해 시대적 분위기를 잘 전달해준다.

그러나 과도한 에피소드들이 몰입을 방해하고, 자연히 뒤로 갈수록 웃음의 농도도 떨어진다. 다홍의 엄마 춘자(김수미)가 그동안 전라도 출신임을 숨긴 채 살아왔다거나 양가집 아버지가 오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등 갈수록 늘어지는 이야기도 흠이다.

춘자가 가출하면서 "전라도가 나라를 팔아먹었냐?"며 욕하는 등 두 지역의 갈등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런 대의는 어설픈 코믹함과 얄팍한 상혼(?)에 묻혀 버리고, 두 지역의 갈등적 상황을 웃음거리로만 엮어내는 것에 은근히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한다.

'아기와 나'(2008) '청담보살'(2009)을 연출한 김진영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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