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祈風祭

역사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신봉승의 '조선통신사의 여정'이란 글을 보면 '일본으로 출항하기에 앞서 부산 영가대에서 통신사의 정'부사와 서장관이 헌관으로 장중한 기풍제(祈風祭)를 올려 항해의 안전을 빌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의 조선왕조실록 코너에서 '기풍제'란 검색어를 넣으면 성종조의 '예조에서 일본 통신사 사목을 아뢰다'란 대목에서도 기풍제에 대한 언급이 있다. 1655년(효종6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조형의 일본여행기 '부상일기'에도 기풍제에 대한 목록이 있다.

그러나 이같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기풍제는 모두가 풍랑이 잦아들어 항해가 순조롭기를 비는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얘기다.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기풍제'는 영화나 TV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한다.

중국의 삼국시대 촉나라의 군사(軍師)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부르는 제사를 올린 것이나, 1천300여 년 전 우리 후삼국시대에 왕건과 견훤의 수군이 서남해 바다에서 격돌할 때 적선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바람을 기원하는 풍제를 올리는 장면이 그것이다.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개막식 하루 전인 31일 오후 열리는 기풍제도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비는 제천의식이다. 기우제(祈雨祭), 기설제(祈雪祭), 기한제(祈寒祭)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祈風祭)는 낯설다. 의성의 바람몰이 행사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이유다.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비는 고유제 성격을 띤 이날 기풍제는 의성의 옛 고대 국가인 조문국(召文國) 주술사가 등장하고 대북 천지울림과 바람몰이춤을 펼치며 때마침 의성에 도착한 연날리기 참가 외국 선수단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TV 연속극이 있었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꿈과 행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각박한 세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내용이었다. 의성 하늘에 불어올 바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구제역 파동으로 입은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우리 농심과 지진 쓰나미로 무너진 일본인들의 상심과 민주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재 정권의 총칼 앞에 맞선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민심을 격려하기 위한 바람 말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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