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세계육상 기준기록 통과자 마라톤에 많은 이유는

기준 완화 때문? 원래 기량 우수?…정답은 "둘 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준 기록을 통과한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는 3월 말 현재 남자 10명, 여자 13명 등 23명이나 된다. 마라톤 이외 모든 종목의 기준 기록 통과자 12명보다 배나 많다. 기준 기록을 충족하는 선수가 유독 마라톤에 많은 이유는 뭘까? 마라톤의 기준 기록이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마라톤 강국이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역대 올림픽의 육상 종목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종목은 마라톤밖에 없다. 현재도 남자 지영준(2시간9분31초), 정진혁(2시간9분28초), 황준현(2시간10분43초), 박영민(2시간12분43초), 김민(2시간13분11초), 여자 김성은(2시간29분27초), 정윤희(2시간32분9초), 이은정(2시간32분22초) 등 남녀 선수들의 기량도 고른 편이다.

마라톤은 2011 대구 대회 때 우리나라의 입상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종목으로 꼽힌다. 공식적인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마라톤 단체전의 입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우리나라는 남자 마라톤 단체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남자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2시간4, 5분대의 기록을 내는데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록이 좋아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 기준 기록(2시간17분)이 많이 후하게 보일 순 있지만 크게 약하지는 않다. 또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 기준 기록을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의 기준 기록(2시간18분)보다 1분 더 당기기도 했다.

마라톤 참가자 수가 다른 종목에 비해 많고 또 다양한 국가의 선수 출전을 위해 기준 기록에 다소 여유를 준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이번 대회 기준 기록을 충족하는 남자 선수는 3월 현재 800명이 넘어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중 케냐 선수가 400명 정도나 되는 등 일부 국가에 출전 가능 선수가 몰려 있어 다른 국가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국가별 최대 출전 인원을 5명으로 제한하고 기준 기록을 상대적으로 완화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해도 자국 출전 선수 3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마라톤 단체전에 참가할 수 있는 국가는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 4개국, 아시아의 우리나라, 일본, 중국, 유럽의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 정도뿐이다. 2009년 베를린 대회 때 남자 마라톤에 39개 국에서 97명이 출전했는데, 단체전 대상 국가는 15개 국뿐이었다. 2007년 오사카 대회 때는 9개 국만 단체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라톤 기록 추이에 따라 무작정 마라톤 기준 기록을 강화시키면 자칫 일부 국가만의 경기가 되거나 국가별 선수 제한으로 참가 선수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2011 대구 대회 기준 기록을 충족하는 상위 100명 중 80여 명이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다.

2011 대구 대회 남자 마라톤의 참가 예상 인원도 100명으로, 도약 및 투척 등 필드 종목의 31명, 트랙 종목 27(10,000m)~56명(100m)보다 2, 3배 많다. 그러나 이는 종목당 최대 3명까지 출전하는 다른 종목에 비해 마라톤의 경우 국가별 최대 인원이 5명으로 더 많은데다 경기장의 제한된 영역이 아닌 넓은 도로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선수 간 경쟁이나 관전에 가장 이상적인 참가 인원을 100명 정도로 정했기 때문이다.

2011 대구 대회 조직위원회 구본칠 경기국장은 "우리나라 마라톤 기준 기록 통과자가 많은 것은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인데, 기준 기록이 약한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출전 가능 선수가 두 자리 수가 되는 국가는 몇몇 되지 않아 우리나라가 마라톤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며 "기준 기록을 정할 때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기술 대표가 해당 종목에 요구되는 적정 선수의 숫자를 먼저 산정한 뒤 기록 수립 기간에 기준 기록에 도달할 수 있는 선수 수를 예상해 발표하기 때문에 마라톤의 기준 기록도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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