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1일 신공항 기자회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치를 깡그리 짓밟은 '맹탕' 기자회견이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기자회견을 마련한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동남권 신공항 관련 대통령의 얘기는 단 3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질의응답식으로 진행하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가지 질문들까지 받아버렸다.
신공항 백지화 관련 기자 질문은 매일신문 서명수 정치팀장과 부산일보를 비롯한 서너건의 질문으로 끝나버리고, 다른 기자들은 독도 영유권 등 다른 주제들로 넘어가버림으로써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 집중도를 흐트러버렸다.
마치 전국적인 관점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큰 주목거리가 아니라는 듯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관련,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영남지역 주민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단한마디 사과로 사태 종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진정, 미안하게 여기는 마음은 있는건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을 뿐만 아니라, 동남권 신공항 건설 요구가 지역이기주의로 치부돼 좌절감이 큰 영남인들에게 구체적인 대응책은 단 한마디도 밝히지 않은게 무슨 사과냐"고 하는가하면, "동남권 신공항 관련 기자회견에서 다른 주제의 질문을 왜 그렇게 하도록 진행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영남권에서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발기류는 단순하지 않다.
그냥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경북에서 시간만 흐르면 잊혀질 것이고, 또다시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오판 중 오판이라는 시각들이 팽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지역 현안을 비켜가려는 시각을 보였다"며, 꼭 필요한 지역활성화 사업이면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정책으로 받아들여야지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본사 서명수 정치팀장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대선공약일 뿐만 아니라 취임후 대구와 부산을 방문해서도 여러 차례 약속한 것이며 현 정부의 국토개발계획인 '5+2광역경제권'의 핵심 프로젝트이었지 않는가"라고 지적하자 "공항이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방공항이 아니라 국제공항은 세계로 향하는 날개이자 비즈니스 관문"이라는 지역민들은 "국제 공항의 날개를 갖지 않은 어느 지역이 경제활성화를 쉽게 이룰 수 있겠느냐. 세계각국이 경쟁력있는 도시마다 국제공항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본사 서명수 팀장이 '대통령과 참모들이 지방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대국적 차원의 결단이며 전국토의 지역 발전을 수도권과 비교해서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으나 지역민들은 수도권 중심 성장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약속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대선 공약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또 지방균형발전 보다는 수도권 중심 성장주의의 성향을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 발전을 수도권과 균형있는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고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뉴미디어국장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