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나이가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은 40세까지는 부모에게서 타고난 얼굴로 살지만, 40세가 넘어서면서부터 스스로 자기 얼굴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사람은 본디의 외모와 관계없이 내적인 마음가짐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은 좋지만 갈수록 점점 싫증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첫인상과는 상관없이 만날수록 정이 가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 바로 내면의 얼굴 때문이다.
내적으로 풍기는 이런 아름다운 얼굴은 성형 수술로 만들 수 없다. 겉으로 착한 사람 흉내를 낸다고 선한 얼굴로 바뀌지 않는다. 오로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선하고 바른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 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질 수 있다. 내면의 얼굴은 향기로써 그 사람의 얼굴을 드러낸다. 내면의 얼굴은 도외시한 채 외면만을 뜯어고치려다 괴상망측한 모습으로 변한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옷차림이 망칙하다." "도마뱀은 괴상망칙해 보이지만 온순하다." "마을에는 별별 괴괴망칙한 소문이 나돌았다." "극심한 가뭄으로 지쳐 있는 마을 사람들은 괴악망칙한 소문이 떠돌자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그런 놈들 보거든 관가에 당장 알려야 해요, 흉악망칙한 놈들이니까 숨겨 줬다가는 큰코다쳐요."
앞서 예시한 문장 속에 나오는 '망칙하다' '괴상망칙해' '괴괴망칙한' '괴악망칙한' '흉악망칙한'은 잘못된 표기이다. 이들 단어에 나오는 '측'(測)은 '헤아릴 측'으로 '칙'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망측하다' '괴상망측하다' '괴괴망측하다' '괴악망측하다' '흉악망측하다' '흉측하다' 등으로 써야 한다. 곧 반응을 보이는 약 따위의 효험, 어떤 일에 바로 나타나는 좋은 반응을 뜻하는 '즉효'도 '직효'로 표기하면 안 된다.
'한비자'에 나오는 양포지구(楊布之狗)는 양포라는 사람이 외출할 때 흰 옷을 입고 나갔다가 비를 맞아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는데, 자신의 개가 알아보지 못하고 짖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겉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속까지 변해버렸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사람이 흰옷을 입었다고 그의 마음까지 하얀 것은 아니며, 검은 옷을 입었다고 속까지 검은 것도 아니다.
우리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사람이란 신비로워서 그 마음의 깊이를 쉽게 헤아릴 수가 없다. 자신마저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데 외모만으로 누구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겉모습으로 상대를 대하려는 태도를 바꿔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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