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료실에 들어서니 수척한 모습의 50대 여성과 아들로 보이는 20대 건장한 청년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과 입 안을 보니 치아 상태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심각했다. 이런 경우 치료계획을 세우기 앞서 먼저 환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치아를 이렇게 방치했을까?
환자는 치과 치료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혼자서 치과에 오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20대 아들은 치과를 너무나 무서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구미에 있는 직장을 쉬면서 함께 내원했다. "어머니와 맛있게 식사 한 번 같이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런 말을 하는 아들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성인이지만 치과공포증이 심각한 경우를 자주 접한다. 특히 임플란트처럼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사실 10년 전 임플란트 수술은 심한 통증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 한 번 임플란트 수술을 받아본 사람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임플란트 수술은 통증을 최소화했다. 더불어 수면 임플란트 방법이 등장해 많은 도움을 준다.
수면 임플란트는 수면내시경을 떠올리면 된다. 전신마취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수술 시 '미다졸람'이라는 진정제를 사용해 진정 또는 가수면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의식하 진정요법'으로 불린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수술이 끝나게 된다. 대부분 환자들은 수술 동안의 나쁜 기억을 없애주는 '단기기억 소실' 작용을 경험한다. 실제로 1, 2시간 수술이 이뤄져도 환자는 잠깐동안 수술을 받은 듯한 느낌을 가진다. 치과 공포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뿐만 아니라 치과 전반에 걸친 치료를 할 때 보조요법으로 이용하면 편안히 진료받을 수 있다.
환자들은 약물 부작용을 걱정한다. 언론에 간혹 전신마취나 수면 내시경 후에 의식이 깨지않는 의료사고와 비교해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신마취제인 '프로포플'과 달리 치과에서 쓰는 '미다졸람'은 근본적으로 마취제가 아닌 진정제의 일종이다. 부작용이 있을 때 길항제(깨어나게 하는 약)가 있으므로 정확한 절차를 지키면 매우 안전한 약물이다.
치과공포증으로 치과 문만 보아도 가슴을 떨던 환자였지만 수면마취 후 치아 19개를 동시에 뽑고 임플란트 16개를 심은 뒤 치조골 증대술, 상악동 증대술 등 복잡한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3시간에 걸친 긴 수술이지만 한 번에 끝났다. 수술이 끝난 뒤 환자의 첫마디가 "원장님! 제발 안 아프게 살살 해주세요"였다. 이미 게임은 끝났는데.
박준홍 <대구 닥터홍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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