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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비' 머리카락 맞을라…등굣길 차량 북새통

7일 오전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와 어머니가 마스크와 비옷을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7일 오전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와 어머니가 마스크와 비옷을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방사능 비'를 우려해 7일 경기도교육청이 각 초등학교에 학교장 재량 휴교를 지시하면서 일부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휴교했다. 또 제주도 빗물에서 여러 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방사능 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 내 각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여주 송천초교 등 10여 개 학교와 고양, 연천 등지의 유치원이 휴교했다. 이 때문에 이날 휴교를 하지 않은 도심지 일부 초등학교 주변에는 비 맞을 것을 우려해 등굣길 자녀들을 태워 온 차량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제주도 빗물에서는 여러 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6일 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있는 제주도의 빗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이 2.77m㏃/㎥, '세슘 137'이 0.988m㏃/㎥, '세슘 134'가 1.01m㏃/㎥씩 각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극미량이라고 KINS 측은 설명하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비를 가급적 맞지 말 것을 권유했다.

대구경북 전역에서도 7일 오전 비가 내리면서 '방사능 비'를 우려한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일터로 종종걸음을 쳤다.

7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대형마트 인근 버스정류장. 출근길 시민들은 봄비를 피하기 위해 몸을 바짝 움츠렸다. 대형 우산에 때아닌 외투를 챙겨입거나 장갑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비를 피하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어린 학생들은 큰 우산에 우비를 입고 장화까지 신은 채 등굣길을 서둘렀다. 직장인 이진희(31·여) 씨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에 빗물이 몸에 닿는 자체를 꺼리게 된다"며 "혹시라도 비가 묻으면 바로 비누칠을 해서 씻어내야겠다"고 불안해했다.

직장인 이경민(28·달서구 송현동) 씨는 "예전에는 가랑비 정도에는 우산을 준비할 생각도 안 했지만 방사능 비에 황사까지 온다는 얘기에 이번에는 대형 우산과 외투로 단단히 대비했다"며 "퇴근길에는 1회용 우비도 여러 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근 후 바깥 근무를 자제하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유경예(32·여·동구 신천동) 씨는 "비를 가급적 맞지 말라고만 하니 정확하게 뭐가 나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 예정돼 있던 외근과 약속은 거의 다 취소하고 실내에만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둔 주부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의나 장화 등이 거의 동이 난 상태다. 주부 김수혜(34·북구 침산동) 씨는 "방사능 비가 내린다고 해서 초등학생 두 딸에게 어른용 우산을 주고 우비, 장화까지 입혀 학교에 보냈다"며 "방사능 비는 맞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데 더 이상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비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낮지만 장시간 밖에서 일을 할 때는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비를 맞은 옷은 세탁을 해서 다시 입으면 된다고 권유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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