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욱의 박정희 이야기] (21)신라 고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국가원수

1971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은 포항제철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경주에 들렀다. 그 당시 경주는 인구가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중소도시였다.

그 가운데 농업인구가 절반에 가까웠고, 관광객 또한 날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평소 경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7월, 경제 수석비서관에게 친필로 '신라 고도를 웅대'찬란'정교'활달'진취'여유'우아'유연의 감이 살아나도록 개발할 것'을 요지로 하는 경주관광 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다.

그에 따라 천마총'황남대총'안압지'감은사 등의 발굴 조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신라 최고 최대의 고분인 제98호분을 발굴 조사하게 되었는데, 그 내부를 공개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뜻이 있었다. 98호분은 높이가 25m에 밑부분 길이가 120m나 되는 쌍분 또는 표형분(瓢形墳'마치 표주박처럼 생긴 분묘)이라고 부르는 신라시대의 무덤이었다.

1973년 비교적 규모가 큰 제155호분을 시험 발굴하여 경험을 축적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거기서 뜻밖의 경사가 일어났다. 155호분은 지금껏 그 누구에 의해서도 도굴되지 않은 처녀분(處女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발굴 과정에서 찬란한 신라 금관을 비롯한 금으로 만들어진 호화스러운 허리띠며, 목에 걸었던 경식(頸) 등 무려 1만여 점이 넘는 유물이 출토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라 금관이 최초로 발굴된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발굴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원들을 격려하였고, 사흘 뒤에는 김종필 국무총리가 방문 격려하였다.

이 무덤이 천마총(天馬塚)이라 불리게 된 것은 발굴조사 결과 자작나무 껍질에 채색으로 천마(天馬)를 그린 말다래(국보 제 207호)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미추왕릉지구 고분군'의 제155호분이라 불렸으며, 지금은 고분공원(古墳公園) 대릉원(大陵苑)으로 불리고 있다.

1973년 7월, 불국사가 복원 준공되었다. 1969년 6월에 시작하여 4년이 걸렸으며, 무설전'관음전'비로전'석가탑'다보탑'90칸의 회랑이 복원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불이문 앞에서 자신이 쓴 '吐含山 佛國寺(토함산 불국사)'라는 현판을 제막한 뒤 경내를 두루 살펴보았다. 이 복원 공사의 과정은 '불국사 복원공사 보고서'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 일지를 보면 대통령의 문화재 복원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날 박정희 대통령은 불국사 준공식에 앞서 '화랑의 집' 준공식에 참석하였다.

삼국 통일과 찬란한 민족문화를 창조한 화랑의 빛난 얼을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체득하게 함으로써 민족 주체성이 강한 국민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1970년 11월 건립계획이 마련되었다. 그 뒤 강화도 마니산과 더불어 성화를 채화하는 명소가 되었으며, 1986년 제 10회 아시아경기대회의 성화가 채화되기도 했다.

또한 통일전(統一殿)이 준공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신라의 삼국통일 기념 유적지 조성' 지시에 따라 1974년 11월에 문화공보부에 의해 계획이 마련되었고, 1976년 4월에 착공하였으며, 1977년 9월에 준공되었다. 그 자리에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여 자신이 쓴 '統一殿'이라는 휘호를 살펴보았으며,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의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김유신 장군의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그렸다.

통일전은 호국 영령의 뜻을 기리자는 뜻으로 건립되었다. 그런 만큼 초'중등학생들의 통일이념 교육장 형태로 이용되고 있으며,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1979년부터 해마다 10월 7일에 '통일서원제'(統一誓願祭)가 봉행되고 있다. 이날은 매초성(買肖城) 전투에서 신라가 당나라 군사를 물리치고 자주적으로 삼국통일을 성취한 날인데, 신라문화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제1회 신라문화제는 1962년 황성공원에서 열렸으며,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하였다.

보문단지는 보문호(普門湖)를 중심으로 조성된 종합관광단지다. 명활산(明活山)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휴식과 숙박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1974년에 착공하여 1979년에 1단계 공사가 끝났으며, 그 뒤 계속해서 추가 공사가 진행되었고, 주요 시설로는 국제회의장을 비롯한 호텔과 숙박시설'골프장'테니스장'위락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봄철이면 문화엑스포가 열리고, 벚꽃이 절경을 이루는 가운데 상춘객들로 발 들여놓을 틈이 없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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