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은 어느 때보다 특화된 산업기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지역끼리, 혹은 대학이나 연구소가 함께 전략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휴해야 한다."
우창화(55) 한국산업기술평가본부장의 제안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은 개별기업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산업기술을 평가, 2조1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 본부장은 1등 기업에만 돌아가는 예산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돼 있는 현상이 안타깝다면서 "섬유, 기계, 자동차부품 등 대구의 주력산업에 문화를 덧입힌 혁신적인 사고가 설득력을 갖추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정부 예산을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기업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조언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오일쇼크로 혼란스럽던 시절에 대학을 졸업한 우 본부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포스코 등 세 곳에 입사원서를 냈다. 우 본부장은 당시 소위 '돈이 되는' 전자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다. KIST에 입사하게 된 그는 출연연구기관이 통폐합되면서 기계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을 거쳐 산기평의 핵심사업 부서까지 왔다. 그는 (연구원을) 옮긴 적 없이 가만 있는데 연구원 이름만 계속 바뀐 것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고문은 자신의 저서 '초일류로 가는 생각'에서 세계의 문화 흐름은 문명을 통해서 왔고, 문명은 기술로부터 왔다고 했죠. 과학기술을 키워야 한다. 과학기술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어요."
그는 지방과 수도권 출신 인재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각각 지방과 수도권에서 성장한 사회 초년병들을 '교과서와 신문'이라는 표현으로 빗댔다. 지방 출신은 교과서처럼 반듯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반면, 수도권 출신은 신문처럼 종합적이며 현실적이라는 평가였다.
"수도권 학생들은 기획해서 실행하고 결과를 내는 것에 거침이 없어요. 그런데 지역 출신들은 시키는 일은 아주 잘하고 겸손하지요. 하지만 창의적이진 못해요. 그 차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격차(gap)를 낳습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기회가 되는 대로 큰물에 가서 놀아라"고 충고했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좌절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는 그는 "사통팔달 대구는 분명히 고속철도의 명암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구의 개화를 위해선 하늘길을 열어야 하며 그 길이 열려야만 문화와 기술과 정보가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작더라도 색깔 있는 아이디어'를 강조한 우 본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의 한 나라로 '의료 관광'을 많이 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술만 받아도 모자라는 돈으로 그 나라에 가서는 수술을 받고 골프를 치거나 관광하는 등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온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도 서울대병원과 우리들병원은 각각 서울역과 김포공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지역민들을 모셔갑니다. 우리(대구경북)는 이런 아이디어와 친절함이 있나요?"
지난 5년간 9조5천억원의 예산을 배분한 산기평은 대구에는 1천900억원(약 2%), 경북 3천100억원(3.3%) 정도만 지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서울과 경기, 대전은 각각 1조8천억원과 2조2천억원, 2조9천억원을 받았다. 그는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시각, 지역을 뛰어넘는 생각, 더불어 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번 찾으면 다시는 찾지 않는 '유원지 대구'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경북고,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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