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백지화 이렇게 본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인가?

이재하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이재하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1천300만 영남권 시도민이 미래 생존권을 위해 요구한 동남권 신국제공항이 결국 밀양 하남, 부산 가덕도 그 어느 곳도 아닌 백지화로 결론났다.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간절한 노력과 염원이 무산되면서 우리 지역은 물론 영남권 전체가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결과는 실망을 넘어 낭패감마저 느끼게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구시의 노력이라든지 첨단과학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해 지역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경제활성화 프로젝트들이 막혀 버린 하늘길 앞에서 무기력해져 버리고 이는 또다시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나쁜 순환구조를 만들어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수도권이나 외국의 좋은 기업을 유치하려는 희망보다는 이제는 오히려 지역에서 함께 기업을 이끌어가던 동료 기업인들조차 언제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걱정마저 든다.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시킨 과정이나 이유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몇 년을 끌어오다 입지평가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서야 후보지를 한 번 둘러보고서는 내린 결론이 항공수요와 경제성이 부족해 신공항을 건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영남권은 국토 면적의 32.4%, 인구의 26.3%, 제조업 출하액의 40.2%, 수출액은 무려 42.4%를 차지하는 경제권역이며 국가공단의 37%가 밀집한 지역이다. 인구로는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 많고 수출액은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보다도 큰 곳으로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잠재력과 위상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수요와 경제성이 부족하여 아직은 공항건설이 시기상조라니…. 이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지역갈등 구조는 영호남 갈등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돈, 사람, 정보, 기업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만 향하고 있고, 지방은 마치 버림받은 자식인냥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음이 정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다.

이 같은 극한 갈등을 극복하고 지방발전과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보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동남권 신국제공항이었는데, 이마저도 이렇게 철저히 외면을 받는 현실에서 더 이상 지방은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겠는가. 안타깝고 국가장래가 걱정된다.

또 지방공항의 적자를 운운하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허울 좋은 논리로 인천공항 하나면 된다는 소위 수도권의 '원포트 시스템' 주장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인천공항이 지금처럼 세계 일류 공항으로 자리잡기까지는 6시간이나 넘게 무거운 짐을 지고 기차와 버스를 수시로 갈아타고 이동한 지방민들의 불편, 그리고 해외 바이어 한 명을 자사로 초청하기가 쉽지 않아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을 지불한 지방기업들의 고충이 그 바탕이었음을 알고나 있는지 말이다.

지방의 현실을 아는 이들이라면"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과 그 이외의 지역으로 구분된다"는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신공항이 무산된 요즘처럼 이 말이 더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드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정부는 더 이상 수도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서울공화국의 대변인이 되지 않도록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조속히 재검토해야 한다. 더 이상 허울 좋은 국토균형발전의 구호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지역, 나아가 영남권 모두가 이제는 좌절과 패배감을 딛고 일어나 신공항 건설을 위해 다시 한 번 새롭게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재하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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