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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역 싸움만 붙이고… " 실사단 뭘보고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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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공항 적지인데…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그동안 쏟아부은 유치노력이 무산되면서 밀양시민의 가슴은 시커멓게 탔다. 11일 오후 밀양신공항 후보지였던 하남읍 백산리 밭두렁에 걸터앉은 한 주민이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그동안 쏟아부은 유치노력이 무산되면서 밀양시민의 가슴은 시커멓게 탔다. 11일 오후 밀양신공항 후보지였던 하남읍 백산리 밭두렁에 걸터앉은 한 주민이 '신공항유치 약속 이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바라보며 근심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방 소외감, 허탈, 분노에 소외감마저….'

밀양시민들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전쟁터를 실컷 내주고 곪은 상처만 떠안게 된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속상하고 분해 더 단단히 뭉치자고 할수록 허탈함과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했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정부의 밀양 소외 느낌에 맥이 빠진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밀양이 현실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인구 11만의 밀양은 '에어시티'로의 비상을 일단 뒤로 미뤘다. 신공항과 구도시를 포함 인구 25만의 문화, 교통, 관광복합도시를 꿈꿨던 밀양지역은 또한 재결집의 힘을 모으기 위해 잔뜩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 시가지를 뒤덮었던 신공항유치 플래카드도 일시에 거둬들였다.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맞춰 다시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시장통 입구에서 "그동안 수고했다"는 성원 문구만 보일 정도다.

시민들은 신공항 백지화 이후 부지런히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분함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신공항 예정부지 하남읍 백산리 주민들은 "여기 공항 위치가 얼마나 좋으냐"며 "정부 관계자나 실사평가단이 뭘 보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주민 박상근(72)씨는 "동서가 트이고 남북이 막혀 제비가 앉은 모습인 천혜의 공항 적지를 부산사람들이 보고 갔는지 모르겠다. 밀양에 공항이 들어오면 사실상 부산권이지 밀양은 아니다"며 허공에 삿대질을 했다. 전 마을지도자 이언희(74)씨는 "백지화는 말이 안되고 무조건 다시 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 사이 대권주자가 신공항유치 특별법을 발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인근 식당주인은 "인구가 모여야 도시가 발전하는데 밀양지역도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천지개벽할 신공항이 희망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촌로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돈이 많이 들고 경제성이 없어 공항이 어렵다는데 이 말을 누가 곧이 믿겠나. 그보다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시민들은 침체된 밀양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며 밀양지역 산업단지에 제대로 된 기업이 없는 실정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큰 기업이 없어 밀양지역 젊은이들도 대부분 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원(32)씨는 "영남의 두 지역이 갈라져 정부의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 사전에 감지했다. 그렇지만 대선공약으로 금방 해줄 것처럼 두 지역에 싸움만 붙이고는 결국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먼 훗날 후손을 봐서 반대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등을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전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관계자는 시가 안팎으로 민심 수습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아직까지 멍한 기분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직원들은 중앙부처의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정부의 방침만 믿고 2년4개월을 달려왔으나 결국 헛고생이 되었다며 이렇게 허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신공항 백지화 관련 밀양시민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정책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비지니스 벨트 등 국책사업 향방에 대해서도 밀양은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깊은 상처를 입은 밀양시민에게 정치를 떠나서 시민을 위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중앙정부에 공식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양·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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