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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공항 백지화, 정치적 결정 내막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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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1일 대구에 들러 가진 강연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결정 배경과 관련해 중대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공항이 밀양으로 됐다면 부산 민심은 '이명박 탈당하라' 정도가 아니라 총 들고 들어올 태세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지화가 아니었으면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전멸하게 되며 마이너스가 최소화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입장에서 그런 결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비중 있는 정치인이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정치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신공항 입지를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으며 지난달 30일 신공항 입지평가 발표 때에도 납득하기 힘든 경제적 타당성을 내세워 백지화가 결정됐었다. 그러나 입지평가 발표 이전부터 백지화가 거론돼 정치적 결정의 의혹이 제기됐었고 정 최고위원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심증을 굳히게 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또 "대선 공약을 만들 당시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핑계 대기 쉽게 하려고 신공항 관련 공약을 중앙당 공약이 아닌 지역 공약으로 해 책임감 없이 다소 허술하게 만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신공항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데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동남권 지방민들의 간절한 숙원 사업을 성의 없이 다루고 결과적으로 우롱한 것이다.

'고추 말리기 위해 신공항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발언으로 영남권 주민들의 공분을 샀던 정 최고위원은 그 자신을 포함, 정부 여당 내에서 신공항 백지화의 정치적 결정과 관련된 내막에 대해 말해야 한다. 정부 여당 역시 신공항 백지화의 떳떳지 못한 이면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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