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전산망 사흘째 마비…고객들 '분통'

현금서비스 체크카드 차질

4일 오전 2시부터 농협 금융전산망이 대부분 복구돼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체크카드 거래는 복구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4일 오전 2시부터 농협 금융전산망이 대부분 복구돼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체크카드 거래는 복구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농협 금융전산망 마비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금융업무 차질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협은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만 24시간이 지나서야 협력사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 전산 시스템을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협 전산망은 14일 오전 2시를 전후로 대부분 복구돼 가동이 재개됐으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체크카드 거래는 낮 12시 이후에나 정상화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13일 오후부터 창구거래가 재개된 데 이어 14일 오전 2시에 현금자동화기기(ATM), 오전 2시 23분에 인터넷뱅킹 및 폰뱅킹 시스템이 복구돼 서비스가 재개됐다"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체크카드 거래는 낮 12시쯤부터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정상화는 그 시간이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농협은 13일 오후 7시쯤 '농협 전산장애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현금자동화기기 서비스는 오후 9시,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서비스는 오후 10시쯤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재개된 시각은 14일 오전 2시였기 때문이다.

농협의 조치가 늦어지면서 금융거래에 차질을 빚은 고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13일 하루 종일 농협 각 지점에는 농협 금융전산망 장애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설마 오후까지 안 될 줄은 몰랐다는 고객이 적잖았다.

특히 노인들의 헛걸음이 많았다. 대구 중구 중앙로지점에서 만난 김필호(68) 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전산 장애를) 알긴 했는데 오후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한 50대 여성은 "서울에 있는 아들한테 돈을 부쳐야 하는데 야단났다"며 발을 굴렀다.

농협 제휴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점심시간에 곤욕을 치를 뻔했다. 직장인 강승규(31) 씨는 "'은행에 수신 잔고가 없다'고 신용카드 결제기에 표시된다는 식당 주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며 "비상금이 없었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농협은 전산장애 발생 원인에 대해 "전산망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노트북 PC에서 정보 삭제 명령어가 입력돼 운영 시스템과 주요 파일이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일단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명령어 입력이 직원의 실수인지, 고의인지 혹은 외부의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해킹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농협은 지난해 2월 6일에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3시간 넘게 현금자동화기기 2천여 대의 서버가 다운돼 작동되지 않은 사태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전례없던 전산장애에 정보 유출 불안도 불거지고 있는 것.

금융회사가 만 이틀 가까이 전산장애에 시달린 적은 처음이다.

농협은 최근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및 해킹 의혹 사건을 의식한 듯 "해킹에 의한 사고는 아니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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