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대피훈련인지 행사인지.."
일본 대지진 이후 경북 포항시 전역에서 14일 전국 처음으로 치러진 지진해일 대피훈련을 바라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달 경북과 강원 등 동해안 시.군에서 민방위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지진해일 대피훈련 당시 주민참여 저조와 행정당국의 준비 부족 등 아쉬웠던 점이 또다시 반복된 듯한 모습이었다.
포항시가 이번 훈련에 대비해 시범복합훈련 장소로 정한 포항시 북구 환여동 구 대양초교 운동장.
경보 사이렌과 함께 "일본 홋카이도 서쪽 130㎞ 해역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 피해가 우려되니 주민들은 신속히 대피해 주십시오"라는 경보방송이 실시됐다.
이어 저지대에 있던 마을주민과 학생 등 300여명이 인근 고지대에 위치한 해양과학고까지 200여m를 대피요원의 안내에 따라 신속히 대피하고 인근 앞바다에 있던 낚시객과 조업중인 선박 10여척도 대피했다.
또 소방차 5대가 동원돼 화재가 난 건물에 진화작업을 벌이고 앞바다에서는 해군6전단 소속 헬기와 포항해경 경비정도 출동해 미처 대피하지 못해 조난당한 낚시객과 좌초선박을 구조하는 입체적인 구조활동이 이뤄졌다.
일본 서해안에서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해 포항 등 경북 동해안에 2시간내로 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밀려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 설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포항시가 전국 처음이라며 거창하게 내세운 이번 훈련도 역시 전시성 준비와 주민 호응 저조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학교 운동장에는 200인치 대형 LED가 설치되고 좌석 200여석도 배치해 훈련 시작에 앞서 마치 축제행사를 진행하듯 산만한 분위기를 보였고 아예 자리에 앉아 대피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은 채 구경만 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또 길옆에 서서 행사요원과 함께 고지대로 대피하는 주민들을 구경하는가 하면 대피하는 주민들보다 참관인과 행사진행요원이 더 많은 것도 볼썽 사나웠다.
훈련에 참가한 주민 최종문(62)씨는 "실제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데 대피도 늦고 통제도 안돼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반복적으로 훈련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제철소내 열연부 1열연공장 직원 50여명도 지진해일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차 등을 동원해 피해 최소화와 설비 긴급복구 훈련을 벌였다.
국가중요시설인 포항제철소는 일본 대지진 이전부터 37개 공장별로 분기마다 1차례씩 피폭과 화재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자체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포항시의 요청으로 열연공장에서 지진해일에 대비해 비상대피훈련을 실시했다.
포항시 이진우 건설도시국장은 "지진해일 훈련은 주민들이 얼마나 빨리 고지대로 대피하느냐가 피해를 줄이는 관건"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주민 홍보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역 12개 기관단체와 군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소방방재청 관계자와 영덕, 울진 등 인근 동해안 시군 관계자가 참관했으나 이들이 5천만원을 들여 마련한 이번 행사성 훈련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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