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 3국 대통령 특사 형님대신 박근혜로…

레임덕 가시화 의식…MB, 상생 분위기 조성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할 계획이 발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의미 해석에 분주하다. 임기 2년이 채 남지 않아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정권 재창출 후보군에서 가장 앞선다는 두 사람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라는 반응이 많다.

박 전 대표로서는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신공항은 계속 추진해야 할 일"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이후 조성된 "이-박 화해 무드가 깨졌다"는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지난달 30일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박 전 대표는 정부 측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그 직후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도 제 입장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밝히고, 박 전 대표도 입장 표명 뒤 청와대 측에 각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청와대에 우회적으로 전하면서 화해 무드를 이어가려고 애썼다. '특사 수락'은 결국 '이-박 화해 무드 이상 무'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특사 권유'는 미래 권력과 부드러운 관계를 보여주면서 보수세력의 정권운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으로서는 4'2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하면 남은 1년 8개월의 국정 운영이 더욱 힘들어지는데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 분란이 극에 달할 것이 확실했다는 점에서 이-박 두 사람의 우호 관계 과시가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총체적 난국을 뚫고 모든 문제를 한 그릇에 담을 계기가 필요했는데 박 전 대표의 특사 수락이 이를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아닌 박 전 대표를 특사로 선택한 점을 들어 이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고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는 '기대감'도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세력은 들뜨는 분위기다. '박근혜 특사'는 결국 4'27 재보선에 대한 간접적인 선거 지원이 될 뿐만 아니라 보수층을 끌어안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사로 출국하기 전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친서를 받기 위해 청와대를 찾고, 박 전 대표가 특사 임무를 마치고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까지 마련되면 두 차례나 이-박 회동이 이어지게 돼 두 사람의 모양새도 어느 때보다 좋을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 비서실장격인 이학재 의원에 중립성향인 권영세 의원,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경석 의원이 유럽 순방을 함께해 계파 없이 뭉치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를 방문한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 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2008년 1월 16∼19일 중국을, 2009년 8월 24∼9월 5일 EU(유럽연합), 헝가리, 덴마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이 세 번 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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