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전 망신살, 새 야구장 건설 불 밝힐까

16일 변압기 고장으로 조명탑의 불이 꺼지자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16일 변압기 고장으로 조명탑의 불이 꺼지자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하루라도 빨리 좋은 시설에서 야구를 즐겼으면…."

16일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도중 정전사태로 경기가 중단되자 이구동성으로 터진 말이다. 대구시민야구장은 1948년 지어진 건물로 2006년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는 등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낙후구장이다. 야구장 신축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올 2월에야 겨우 부지를 확정하는 등 새 야구장 건립계획이 마련됐다.

대구시는 수성구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 일대에 사업비 1천500억원을 들여 2만5천 석 규모로 새 야구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역 연고팀인 삼성과 500억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새 야구장은 2014년 하반기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날 대구구장에서 빚어진 정전사태로 조기 완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대구시에 새 야구장의 조기 완공을 요청했다. 삼성 관계자는 "프로야구 열기가 고조되고 있어 새 야구장을 2014년 시즌 개막 때부터 사용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구시에도 조기완공 의지를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이번 사태로 새 야구장의 조기 완공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면목 없는 일이 발생했다. 새 야구장 건립이 확정된 만큼 행정절차를 앞당길 방안과 조기 완공 방법들을 면밀히 검토해 좋은 시설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하루빨리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당장 이른 시간 내 새 야구장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정부에 촉구하고 야구장 설계단계부터 공사기간을 앞당길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정전사태는 조명탑의 변압기 고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구장에는 모두 6개의 조명탑이 있고 조명탑마다 변압기가 한 대씩 설치돼 있다. 조명탑 가운데 한 곳에 부하가 발생하면 조명탑 전원이 모두 차단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를 일으킨 조명탑은 올 1월 말 대구시가 조도(조명밝기)를 높이기 위해 7억원을 들여 교체한 것이다. 야구장의 기준 조도는 내야 1천500~3천 럭스, 외야는 750~2천 럭스이지만 대구구장은 지난해까지 내야 900~1천 럭스, 외야 600~800럭스로 기준 조도에 미치지 못했다. 개선 후 내야 3천~3천600럭스, 외야 2천~3천 럭스로 지난해보다 3배 정도 밝아졌다.

시는 조명탑으로 들어오는 6천600볼트의 전압을 380볼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5번 변압기(3루 외야 파울 라인 쪽)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6일 오후 7시 28분 대구구장은 순식간에 조명이 모두 꺼져 암흑천지가 됐고 5번 조명탑을 끝내 복구하지 못해 잔여 이닝을 치르지 못했다. 이 경기는 17일 오후 3시 재개됐다.

조명시설 고장으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은 역대 두 번째로 1999년 10월 6일 전주에서 열린 쌍방울과 LG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 조명시설 고장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프로야구 통산 서스펜디드 게임은 이날 삼성-두산전까지 6번째다. 정전 또는 조명탑 고장으로 경기가 일시 중지됐던 적은 1984년 MBC-롯데, 1989년 OB-해태전 등 두 차례 잠실구장에서 있었다.

문제를 일으킨 대구구장의 변압기는 교체에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시는 교체까지 비상발전기를 배치해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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