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대차노조 '자녀 채용 특혜' 요구, 부당하다

현대자동차노조가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만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장기 근속자 자녀 채용과 관련, 가점 부여 등 세부적인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도 명시해 놓고 있다.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데 노동자의 기여도가 컸던 만큼 이를 인정해 자녀 채용 시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다.

현대차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규직 장기 근속자의 자녀 우선 채용 요구안은 현대차 내에 하청 근로자들이 많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란 비난을 산다. 또 정규직 일자리에 대해 특혜를 줘 세습하자는 것은 기회의 형평성을 무시한 것으로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현대차노조는 대표적인 대기업 노조로 국내 노동계를 이끌어야 하는 사회적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와 청년 실업이 만연한 사회 현실이나 전체 노동자의 이득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요구안은 적절치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시급한 현안인 노동계의 흐름을 저버리고 정규직의 힘을 내세워 조합원 자녀 일자리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노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마저 심화시킬 수 있다.

이번 단체협약안을 두고 현대차노조 내부에서조차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 대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고 한다. 현대차노조는 일자리의 자녀 세습이 부당한 경영 세습 등에 대해 비판할 수 없게 만든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녀 우선 채용 요구안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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