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서명한 80만 명을 찾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2007년 3월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드라마 같은 극적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 유치 결정에 김범일 시장을 비롯한 유치위원들이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해 하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사이 대회는 4개월여 앞, 정확히 딱 130일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유치 막판 거액을 베팅하며 '승리'를 확신하던 러시아에 밀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대구의 저력을 보여줬던 그때의 벅찬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데 말입니다.

감격스런 대회 유치 뒤에는 대구시민을 비롯한 경북도민, 국민이 있었습니다. 앞장선 대구시와 유치위원회 뒤에서 묵묵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지지'응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시'도민이 없었다면 유치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동네마다, 번화가마다 유치 서명 용지가 등장했고,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유치 염원'을 담아 서명을 했던 바로 '그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러한 '유치 성공'의 힘을 '성공 개최'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원활한 대회 준비 및 진행도 중요하지만 성공 개최의 열쇠는 다름 아닌 '가득 찬' 경기장입니다. 넓고 넓은 대구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메울 방법은 시'도민, 국민이 직접 찾아오는 길밖에 없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걱정과 기대를 하고 주목하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관중 규모'입니다. 육상 비인기국인 한국에서, 게다가 수도도 아닌 지방 도시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까' 하는 게 이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우려입니다. 대회 조직위는 일단 "걱정할 것 없다"며 큰소리를 쳐 놓은 상태지만 조직위 역시 '대회 성공=관중'이라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그 큰소리'가 그럭저럭 먹히고는 있는 상황입니다. 17일 현재, 입장권 목표치 45만3천900여 장 중 24만1천300여 장(53%)이 이미 판매돼 입장권 판매'예매율이 목표치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아시아에서 열렸던 2007년 오사카 대회보다는 빠르고 육상이 인기 종목인 독일의 베를린 대회(2009년) 때와도 견줄 만한 판매 추이입니다. 2월 말 현재 기준으로 오사카 대회 때는 목표치 51만 장의 10% 미만, 베를린 대회 때는 목표치 86만9천여 장의 30% 정도가 판매됐습니다. 그런데도 IAAF는 아직 만족하거나 안도하지 못 하고 있는 표정입니다. 이유는 시'도민 등 일반인의 판매율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판매된 입장권 24만1천300여 장 중 절반이 넘는 12만7천500여 장(52.8%)이 현장 체험 학습인 '꿈나무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학교(학생)에 팔렸고, 또 8만6천900여 장(36.1%)은 각종 기관'단체'기업이 단체 구입한 것입니다. 일반인이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입장권은 2만2천100여 장으로 9.2%에 불과합니다. 높은 판매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유입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단체 구입된 입장권을 전해 받은 분들이 혹시라도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면 경기장은 텅 비게 되고 오히려 판매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서명을 하며 대회 유치를 염원했던 그 힘으로, 대구스타디움 좌석을 '꽉' 메우는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때입니다. 대구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의 행사를 자랑하는 이 '큰 대회'의 성공 '책임'을 우리의 자녀이자 동생인 학생들에게만 지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시 잡지 못할 수도 있는, 대구를 세계에 알리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허탈하게 날려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아니지만 다시 한 번 나서 주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자랑스런 '80만 명', 그분들의 초심에 기대어 결심과 행동을 기다려 봅니다.

이호준(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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