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헤매면서 서민들의 막다른 처지를 이용한 경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햇살론 등 서민대출을 노린 대출 브로커가 판치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만 받아 챙기는 유사수신업체가 활개치고 있다.
◆대출브로커에 놀아나는 서민들
대구신용보증재단은 햇살론이 도입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부적격 신청으로 의심해 실사를 한 169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6건(7억400만원)을 불법으로 판단해 반려했다고 18일 밝혔다. 반려된 편법 신청은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냈거나 대출브로커들이 실사에 대비, 빈 영업장에 물건을 임시로 진열해 속임수를 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점포 주인들이 피해를 보기 일쑤다. 대출 브로커들은 계약금만 주고 주택가나 전통시장 빈 점포 등 임대료가 싼 점포를 빌린 뒤 건물주의 주민번호와 주소 등을 이용해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대출을 신청하는 수법을 썼다.
주택가 1층 상가 건물을 갖고 있는 김모(57'동구 신암동) 씨도 두 번이나 대출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할 뻔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A(42) 씨가 점포를 임대하겠다는 말에 계약금 10만원을 받고 가게 열쇠를 A씨에게 맡겼다.
"이틀 뒤 잔금을 주겠다"던 A씨는 계약하던 날 컴퓨터 업체 간판을 내걸고 중고 컴퓨터 10여 대와 소파 등 사무실 집기를 가져다 놨을 뿐 지금껏 연락이 안 되고 있다.
황당해하던 김 씨에게 한 달 뒤 B씨가 찾아왔다. 이 남성은 "내일 계약을 하겠다. 가게 안이 지저분하니 청소할 수 있게 열쇠를 달라"고 했다. 최 씨가 갖다 둔 컴퓨터와 사무실집기, 심지어 간판까지도 한 달 전 A씨의 것과 똑같았다.
며칠 뒤 김 씨는'B씨가 가게를 임대해 햇살론 1천400만원을 신청했으니 임차인이 맞는지 확인하라'는 대구신용보증재단 명의의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 안에는 가짜 임대차계약서가 들어있었고, 계약서에 적힌 B씨의 주소와 전화번호, 도장 등은 모두 가짜였다. 김 씨는"가게 안에 남겨둔 물건을 치웠다가 혹시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할까봐 간판도 떼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사기에 엮인 것도 억울한데 6개월째 점포를 놀리고 있어 손해가 막심하다"고 푸념했다.
◆고수익 미끼로 쌈짓돈 가로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서민들을 노리는 유사수신업체도 활개 치고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최근 다이아몬드 가공이나 오일 정제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서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Y(51) 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J보증캐피탈사를 설립한 뒤 다이아몬드 가공처리와 오일정제사업에 투자하면 연 900% 혹은 2천%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였다. Y씨 등은 서울과 대구에 사무실을 두고 167명에게서 7억원을 투자받았다. 피해자는 주로 가정주부와 퇴직자들이었고, 1인당 330만~3천만원까지 냈지만 실제 투자는 전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 범죄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목을 매는 서민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며 "검증 없이 거액을 맡기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주면 경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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