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 눈앞인데 갈피 못잡는 한나라

한나라당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 지지여론이 요동치는 와중에 당 지도부 사이에서의 불협화음은 여전하고 권력투쟁, 소계파 간 갈등, 소장파의 반기까지 최근 한나라당의 위기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19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회동설은 결국 '없던 일'로 막을 내렸지만 여권에서는 말이 많았다.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주를 이뤘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전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박-이 회동설'이 나오자 여권 내부의 반응은 구성원들이 현 위기 돌파를 얼마나 염원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한 언론은 두 사람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약 1시간 30분가량 재보선 지원 문제, 대통령 특사 등에 대해 독대했다고 보도했지만 양측이 극구 부인하면서 촌극으로 끝났다. 확인 과정에서 "요즘 갖은 문제로 집권 여당의 존재를 잃어가는 시점에 이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 "계파 간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소통하는' 집권 여당을 보여주는 최대의 사건" "드디어 친이-친박이 없는 한덩어리의 한나라당" 등등 반색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큰 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제 계파들은 위기에 대한 인식은 같이하더라도 타개책에서는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재보선 승리에 전력투구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벌써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몸을 싣는 후보군이 생겨나고 있다. 선거 패배를 상정하고 그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새 판을 짜는 전당대회를 아예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당대표 출마자 일부는 차기 사무총장 등 당직자 인선안까지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이재오 특임장관이 아직 만지작거리고 있는 개헌 문제, '정운찬 카드'로 혼선을 빚었던 분당을 보궐선거 후보 선정 과정, 친이상득계와 친이재오계가 맞붙은 차기 원내대표 경쟁도 여권 내부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이-친박 간 갈등뿐 아니라 친이 내부의 갈등 가능성도 엿보이는 형국이다.

이달 11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특임장관이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이계 소통에 문제없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 장관이 계속해서 줄세우기 행사를 이어가면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여기에다 최근 홍정욱 의원 등 당내 소장파가 "국회를 바로 세우자"며 독자 행보를 보이는 등 당 지도부의 국회운영 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어 '소통하는 정치'를 표방한 여권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급기야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19일 "나라가 잘되려면 야당보다 국정에 책임을 진 여당이 잘해야 하는데 요즘 여당을 보면 여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분열이 되어 있어서 걱정된다"며 "신공항 문제뿐만 아니라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토지주택개발공사 위치 문제까지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