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초 이탈리아계 미국인 카를로 폰지가 당시 만국우편연합에서 발행하는 만국우표 교환용 쿠폰에 대한 투자 사업을 벌였다. 이 쿠폰이 스페인에서는 1센트에 거래되지만 미국에서는 6센트에 거래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자들을 모집, 45일 안에 5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쿠폰으로 구입한 우표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도록 돼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들고 몰려들었다. 그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기면서 이익 배당금도 충당했다. 8개월 만에 2천만 달러를 끌어들였지만 그의 사업 방식에 문제점이 지적되자 투자자들이 점차 줄어들었고 그의 사기극도 막을 내려야만 했다.
폰지는 금융 사기의 원조격에 해당하며 이후 금융 다단계 사기를 뜻하는 '폰지 사기'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후에도 수많은 폰지들이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울렸다. 2008년에는 미국의 전 나스닥거래위원장인 버나드 메이도프가 금융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 역대 최고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기 피해를 입혔다가 적발됐다. 1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메이도프의 피해자 중에는 영국의 HSBC은행,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굴지의 금융회사와 저명인사들이 수두룩했다. 국내에도 대구에서 조희팔이라는 인물이 4조 원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를 벌이다 적발돼 수배 중이고 피해자들의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희대의 사기 사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러셀 킹이라는 사기꾼이 4부 리그의 축구 클럽 노츠 카운티에 투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시킬 경우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런던의 투자은행 등을 꼬드겼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끌어들였고 북한의 고위층과 찍은 사진까지 이용했다. 그러나 그의 사기 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고 거기에 놀아난 에릭손 감독과 북한의 고위층은 망신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 대담함이 놀랍지만 북한의 폐쇄성이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으로 계산됐을 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19일자 '야고부-구도의 길'에서 '일연이 삼국사기에 대사의 모습을~' 중 '삼국사기'는 '삼국유사'의 잘못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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