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6일 상주에서의 "'욱'하는 대구경북" 발언은 많은 지역민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대구경북 기관장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구경북은 '욱'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훈계성 발언에 대한 지역인들의 반응은 밀양 신공항 무산 이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지역 분위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사 신공항 무산에 반발, '욱'하더라도 이는 대구경북만이 아니라, 비수도권 남부 지역민 다수의 심정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잘 모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또 "'욱'하는 것은 '중후장대한 산업'에 하는 것이지, '소프트한 일'에는 안 맞으니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이야기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나날이 지역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사람, 돈, 기업체 등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하늘길'이라도 있어야 '소프트한 일'이나 사람, 기업체들이 오고 살길이 보일 것 같아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것이지 중후장대한 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는 항변이었다. 신공항 백지화 전후의 모습이 '욱'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욱'이 좋아서 '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격정(激情)의 한 표현인 '욱'이 꼭 나쁜 것일까. 시인 조지훈은 달리 본 것 같았다. 그는 "우리 민족성의 기본 구성 요소는 평화성, 격정성, 보수성, 난숙성 등 6가지"라며, "쇠퇴한 것은 독창성, 모자라는 것은 심원성(深遠性), 아쉬운 것은 힘(情熱), 분방(深刻性)이지만 이는 노력으로 개조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싹을 난숙성과 격정성과 보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민족은 반도땅에 해양을 접한 지리적 환경의 특질로 평화성과 격정성이란 두 기본 구성요소를 가졌는데 항상 평화를 갈구하면서도 정치적 환경은 격정의 지배를 받도록 돼 있어 그것이 주기적으로 폭발했다고 봤다. 이런 '계절풍적 격정성'은 의병, 3'1 운동, 6'10만세, 반탁운동 등으로 발현됐다고 봤다. 격정이 역사를 바꾼 동인(動因)이었던 셈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욱'과는 다른 격정의 '욱'이었다. 역사를 바꾼 '욱'하는 격정이 어느 곳 못잖게 강했던 곳이 대구경북이었다. 대통령이 걱정하는 그런 '욱'이 아닌 역사에 도움되는 '욱'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구경북의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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