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네스코 국제수문수자원 프로그램(IHP) 의장국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IHP는 세계적인 물 문제 해결과 인류의 복지 및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1964년 설립된 UN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일한 정부 간 기구다. IHP는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와 기후 및 환경변화에 대응한 수문 수자원의 관리와 범세계적인 연구'훈련사업을 목표로 UN 회원국 대부분인 19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매머드급 단체다.
IHP는 6개년 단위로 단계별 계획에 따라 수문 수자원의 장기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범(汎)지구적인 지속가능한 물 문제 해결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해양부가 1975년 제1단계 사업부터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는 7단계(2008~2013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된 사업은 우리나라 하천유역 특성에 대한 수문해석기법을 조사 및 개발하고, 그 결과를 유네스코 회원국 간의 기술정보 교환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7월부터 2년간 IHP의장국으로 선출돼 물 문제 해결에 전 세계적인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구와 산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물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평균 강수량에 비해 1.4배나 많지만 농촌은 갈수록 물 부족으로 농사 걱정을 하고 있다. 물 부족을 단순히 강수량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 물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강수량의 대부분인 73%를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거나 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농촌에서 마실 물이 부족해 급수를 받는 소식을 자주 접하는 것도 강수량 부족보다 강수량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물 관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갈 길이 멀다. 물 문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미 50년 전부터 시작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수자원 분야의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4대강살리기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인구는 2배 증가했지만 물 사용은 6배나 늘어 이제 물은 그 어느 것보다 강한 무기가 돼가고 있다. 물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값싼 음료가 아니고 생존 필수품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2015년 세계물포럼 개최국 최종 선정을 앞두고 대한민국 유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대구의 호텔인터불고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물 분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마련의 일환으로 유네스코 수문 수자원프로그램 의장국에서 개최돼 그 의의가 더욱 크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세계물위원회 이사진 3명이 특별히 초청돼, 대구경북지역의 물포럼 유치역량 및 시도민의 유치 의지를 적극 표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2015년 세계물포럼 개최 유치를 위해 현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와 한국의 대구경북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오는 5월 2일 유치제안서를 제출하면 7월 개최지 선정 실사를 거쳐 10월 개최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의장국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유치가 희망적으로 보인다.
세계물포럼 유치에 따른 효과는 매우 크다. 첫째 국제사회 물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국제사회 내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함으로써 수자원 분야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선진적인 국내 수자원 기술과 정책을 홍보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미래 물산업 육성 기반 마련도 가능하다. 셋째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통한 국민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으로서는 지역의 물 관련 산업의 발전 및 국제화 네트워킹 강화는 물론 우리나라 물 중심 도시 및 지역으로서의 발전 기반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물포럼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1천993억원에 이르고, 고용유발효과도 1천900여 명에 달한다. 세계물포럼 유치를 위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순탁(유네스코 국제수문수자원 프로그램(IHP) 의장·영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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