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 예금 부당 인출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부산 지역의 모 국회의원이 영업정지 정보를 지역 유지들에게 전화로 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영업정지 전날 VIP 고객들의 예금 인출은 이 국회의원의 정보 제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영업정지 후에도 VIP 고객의 예금 인출은 계속됐다는 진술이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은 영업정지 다음날인 2월 18일 VIP 고객과 은행 직원의 지인들이 창구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간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가족 명의의 계좌를 갖고 있어 이들 예금의 특혜 인출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사건의 편린들을 퍼즐 맞추듯이 하나하나 꿰어가다 보면 한 가지 그림이 드러난다. 바로 힘 있고 가진 자들의 도덕성 추락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계층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만들어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될 만큼 우리 사회에는 불공정과 반칙이 판을 치고 있다. 예금 부당 인출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불공정과 반칙을 이끄는 이들이 바로 기득권층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 상층부에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엄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기득권자들의 자성(自省)과 도덕 재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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