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골탈태,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4·27 재보선 결과를 놓고 여야 정치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따지는 한나라당은 고성이 오가는 등 초상집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잔칫집 모습이다. 당락이 엇갈린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가 서로 다른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우리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8일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를 밝혔다. 의원총회에서는 원내대표 경선도 연기키로 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정 인사를 공격하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저마다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는 없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개인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박근혜 의원이 나서야 한다고도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얻은 국민의 높은 지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보다 다음 선거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모습들이다.

재보선 결과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여야의 모습은 과거 선거 때와 다르지 않다. 이긴 쪽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하고 패배한 측은 겸허히 반성하겠다고들 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환골탈태 운운의 외침은 늘 실천 없이 잊혀져 갔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깊이 고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중산층 젊은 층을 비롯한 유권자들이 왜 여당을 외면했는지 새겨야 한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 더 어려워진 서민들은 양극화의 그늘에 절망하고 있다. 말만 요란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열 올리는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돌고 돈다. 민심을 외면하면 유권자도 곧바로 버리고 만다. 여야 정치권의 진지한 자성과 실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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