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국경일 노랫말 쓴 사학자 정인보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3.1절 노래)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광복절 노래)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개천절 노래)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제헌절 노래)

우리 귀에 익은 국경일 노랫말은 장중하면서 절절한 감동을 준다. 모두 민족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위당(爲堂) 정인보 선생(1893~6'25때 납북)의 작품이다.

1893년 오늘, 서울 종현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문재가 뛰어났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1913년 부인의 타계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이후부터 평생 검은색 한복과 모자, 고무신 차림으로 다녔다. 남편없이 쓸쓸이 세상을 떠난 부인을 애도하고 나라잃은 슬픔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민족사관을 정립한 꼿꼿한 선비였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풍모가 대단했다. 육당 최남선이 친일행각을 벌이자 상복을 입고 그의 집에 찾아가 통곡했다. "내 친구가 이제 죽었구나."

선생의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역사가 왜 비바람을 맞았는가. 언젠가 진(眞)은 살아남고 가(假)는 사라지는 법…."

박병선 편집부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