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수성못 뒷산 병풍산이 만든 욱수골과 진밭골

대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 분지는 여름에 덥다는 단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인근에 계곡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도 깊은 계곡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지역민으로서 크나큰 행운이다. 그 계곡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진밭골'이다.

수성못 뒷산 병풍산이 시지 쪽으로 골짜기를 만든 것이 '욱수골'이고 범물 쪽으로 만든 것이 진밭골이다. 진밭골은 이름부터 정겹다. 농지에 수분이 많아 밭농사는 물론 논농사도 짓기 어렵다고 수전(水田) 또는 물밭이라고 하다가 진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혹자는 진달래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낭만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만큼 진밭골의 진달래는 유명하다.

대구 사람이라면 한번쯤 골짜기 꼭대기에서 닭백숙을 먹었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그 진밭골이 휴식 및 수련 공간으로 본격 개발된다는 소식이다. 수성구청은 먼저 진입로를 확장하고, 지난해부터 해오고 있는 용지봉 등산로 10㎞를 6월까지 단장할 계획이다. 진밭골 자연부락 인근에는 생활관과 강당, 분임 토의실 등을 갖춘 청소년수련원도 건립한다.

입구에는 산림공원을 조성, 또 하나의 휴식처를 만든다고 한다. 음용수대와 체육 시설, 방송 설비 등을 설치해 밤에도 부담 없이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하니 주민들과 한층 가까워지게 되는 셈이다. 이 일대 노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범이 나올 정도로 골짜기가 깊은 곳이었다고 한다. 특히 얼마 전에는 수성구청이 범물동 진밭골 진입로를 포장하면서 이 길이 '도깨비 도로'라는 사실을 공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밭골은 이미 애기봉~용지봉~병풍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이름나 있다. 정상에서 보면 북쪽은 지산 범물지구의 아파트 밀집 지대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남쪽은 청도 가창 방면의 울창한 산림 지대가 펼쳐져 묘한 대비를 이룬다. 월드컵 경기장을 끼고 욱수골로 넘어가려면 여름철 한나절은 좋게 잡아야 한다.

이처럼 대구 시민들에게 인근 계곡은 남다른 휴식처다. 다른 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계곡 소공원'을 다양하게 조성하는 것 또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훌륭한 자원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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