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십자가 시신' 단독자살 무게…제3자 개입 정황 확인 안돼

신경안정제 다량 복용 한 듯

십자가 시신이 발견된 1일 김 씨의 텐트 안에서 발견된 일명
십자가 시신이 발견된 1일 김 씨의 텐트 안에서 발견된 일명 '십자가 사건준비계획서'. 발견 당일 텐트 안에서 촬영된 것이다. 문경경찰서 제공

십자가 시신 미스터리 사건(본지 6일자 4면 보도)을 수사 중인 경찰은 6일 숨진 김모(58'경남 창원) 씨의 자체 계획에 따른 단독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자살 정황은 일부 밝혀지고 있으나 타살이나 제3자 개입정황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경찰서는 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김 씨의 죽음에 다른 누군가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엽기적인 자살이 가능한지에 대해 "김 씨가 현장에서 다량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안정제가 통증을 반감시키는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지에 박힌 대못이 뼈를 관통하지는 않아 그나마 고통이 반감돼 혼자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현장 김 씨의 텐트에서 발견된 약병 속에는 신경안정제 정량 120알 중 5알이 남아 있었는데, 경찰은 "이를 한꺼번에 먹을 경우 일시적으로 신체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사들의 견해가 있었다"고 밝혀 김 씨의 약물 복용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씨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다수 도구를 직접 구입하거나 신병을 정리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십자가 옆 거울은 김 씨가 지난달 3일 오후 6시쯤 모할인점 창원점에서 구입한 사실을 CCTV를 통해 확인했고, 십자가를 만들었던 목재의 경우 "김 씨가 지난달 13일 직접 3개를 구입해 코란도 승용차에 싣고 갔다"는 경남 김해 한 목재소 주인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4일 낮 12시쯤 상주시의 한 우체국에서 900만원을 인출해 형에게 송금했으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돈 8만5천원과 동전을 '우체국 창구에 있던 사랑의 열매 모금함에 넣었다'는 우체국 직원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씨는 같은 날 자신의 휴대폰 2대도 해지를 했으며, 이날 이후 김 씨의 행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비상금과 동전까지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넣는 등 14일 김 씨가 신변정리를 한 마지막 날로 여겨진다"며 "이후 사건현장으로 와 십자가를 제작하는 등 기획 자살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최종 휴대폰 통화는 목재 구입에 대한 내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달 중순쯤 발표되는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와 현장에서 발견된 각종 도구의 DNA분석 결과에 주목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의 DNA가 김 씨의 것이 아닌 경우 등 김 씨가 살해당하거나 김 씨의 자살을 도운 정황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단독 자살로 결론내릴 방침이다. 그러나 의학계와 수사 전문가들은 김 씨가 십자가에 박히는 과정에서 혼자 고통을 견뎌내고 발등에 못질을 하거나 드릴로 손에 구멍을 뚫고 못에 박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며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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