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9번 채찍질' 진의는?…문경 '십자가 사망' 인터넷 논란

1일 김 씨의 텐트 안에서 발견된 일명
1일 김 씨의 텐트 안에서 발견된 일명 '십자가 사건 실행계획서'. 문경경찰서 제공

십자가에 못박힌 채 숨진 김모(58'경남 창원) 씨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양봉업자 A(52)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종교카페에 목격담을 올린 데(본지 6일자 4면 보도) 이어 7일에는 숨진 김 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행계획서를 분석한 글을 올려놓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이 논쟁을 벌이는 등 엽기적 사건에 대한 관심이 숙지지 않고 있다.

◆A씨의 글

이 계획서 중 2번항 '고추 채찍으로 39번'이라 적힌 문구에서 "고추는 성기를 뜻하며 김 씨가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성기를 39번 채찍질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주장을 하면서 회개의 표시로 자발적으로 자신의 몸을 39회 채찍질하는 유대인들의 관습을 거론했다.

A씨는 "교인들은 음욕을 품은 간음이란 죄의식에서 해방될 수 없으며 죄의식의 고뇌를 가져본 자는 성기를 채찍으로 때리며 죽어가야 하는 이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39번은 예수가 사십에서 하나를 감한 채찍을 군병(로마병사)에게 맞았을 때를 따라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실행계획서에는 '①발→무릎 묶고', '②고추*채찍으로 39번', '③허리 묶고, 가슴 묶고', '④떨기', '⑤손 구멍 팔굽 걸고 손 박고' 등의 행동이 순서대로 적혀 있다. '④ 떨기'라는 말은 손등을 뚫었다는 말로 분석했다.

이 실행계획서는 필적 감정이 나와 봐야 김 씨가 쓴 것인지 알 수 있지만, 김 씨의 딸은 아버지 필체가 맞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실행계획서에 내용이 직접 기술되지는 않았지만 사건현장에 식칼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마지막에 자신을 찌르고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숨진 김 씨의 초인적인 자살 진행과정(?)과 독특한 행위를 설명한 것은 물론 김 씨를 만나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는 A씨의 카페를 방문한 네티즌들은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3자 개입 있다

한 네티즌은 "본인이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희생자가 부활을 강조하는 이 홈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아직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글은 더욱 타인들로부터 의심을 사게 된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은 "예수를 믿는 사람 입장에서, 예수를 죽인 로마군의 역할을 누구에겐가 부여해 자신을 고난에 빠뜨리고 치욕스럽게 죽는 것이 대단한 영광일 터, 사망자 김 씨가 과연 그 기회를 놓쳤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A씨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망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아마도 사망자와 오랜 기간동안 종교적 교감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자살이다

자살 쪽에 무게를 둔 한 네티즌은 "조력자가 없는 자살로 추측된다"며 "조력자가 있었다면 전동 드릴은 필요가 없고 십자가에 못박은 후 텐트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A씨는 지나칠 정도로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 경찰이 해야 할 몫까지 하고 있다. 이는 사망자 스스로가 선택한 사망(즉 자살) 이기에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은 여전히 자살에 무게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구심제는 다량 복용할 경우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어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국과수의 설명이 있었다"며 혼자 십자가에 박힐수 있다고 밝혔다. 또 "무릎을 옆으로 구부리거나 한 발에 먼저 못을 박고 나중에 발판에 올라서 나머지 발에 못을 박는다면 스스로 양 발에 못을 박는 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방조자가 못질 등을 대신 해주었다고 해도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어 상처가 찢어지기 마련인데 시신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며 여전히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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