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나는 카네이션 받을 자격이 있는가?

결초보은(結草報恩'풀을 엮어 매어 은혜를 갚는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연잇는 봄날에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고사성어다. 원래 결초보은의 뜻은 부모나 스승에 대한 은혜 갚기가 아니었다.

짧게 인용하면 이런 사연이다. 중국 춘추시대 위주라는 장수가 전쟁터에 나가기 전 두 아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사랑하는 작은 부인을 부잣집 양반에게 시집보내 주라고 유언을 했었으나 살아 돌아온 뒤 막상 병이 들어 죽을 무렵에는 자기와 함께 묻으라고 유언을 했다. 그러나 맏아들 위과(魏顆)는 아우가 아버지 유언대로 순장시키자고 했으나 '평상시에 시집보내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임종을 앞두고 심신이 어지러울 때 순장하라고 하신 유언은 정신이 혼미해서 하신 말씀이다. 효자는 정신이 맑을 때 하신 말씀을 따르고 어지러울 때 하신 말씀은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며 아버지 장례 후 작은어머니를 좋은 곳에 시집보내 주었다. 그 뒤 다시 큰 전쟁이 나 맏아들이 장군이 돼 전쟁터에 나갔는데 적장(敵將)이 10척 거구에 100근이 넘는 도끼를 휘두르는 천하장사라 크게 패했다. 이튿날 다시 진을 치고 내려다보니 웬 노인 그림자가 들판에 풀을 엮어 매어 적장이 탄 말이 계속 발이 걸려 넘어지게 해 결국 포로로 잡아 승전했다. 그날 밤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 '나는 당신이 시집보내 준 여자의 아비 되는 사람으로 내 딸을 죽이지 않고 시집보내 준 은혜를 갚으려고 장군을 도와 드렸을 뿐입니다'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결초보은 고사에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 새겨볼 것은 풀을 엮어 매는 은혜 갚기가 아니라 '정신이 맑은 때 하신 말씀은 따르되 정신이 어지러울 때 하신 말씀은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흔히들 말하는 전통적 효도는 대부분 정신보다는 좋은 옷이나 좋은 음식으로 받들어 모시는 봉양을 기준 삼아왔다. 삼생지양(三牲之養'소, 양, 돼지 같은 고기로 부모를 봉양함)이 그렇고 오유반포지효(烏有反哺之孝'까마귀가 자라면 늙은 어버이께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비유)나 동온하정(冬溫夏凊·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서늘하게 부모를 섬긴다는 뜻) 같은 말들이 그렇다. 그러나 소득 2만 달러 시대의 효는 정신을 더 앞세워야 옳다.

대구시 교육청이 10여 년 만에 스승의 날 정신과 취지를 부활시켜 선생님들께 드릴 꽃값과 식사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신선한 약속을 내놨었다. 촌지니 선물 논란을 빌미로 스승의 날을 아예 휴일로 하거나 기념식을 생략하는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던 지난 정권 시절, 스승의 목에 개패를 걸어 끌고 다녔던 홍위병식 '교권 깨기'가 되깨진 것만도 큰 성과다. 스승에게 1년에 한 번 카네이션 한 송이 꽂아 드리고 손수건, 스타킹 몇 켤레 사드리는 것을 '뇌물'이라고 단죄한 지난 10여 년, 교육 당국은 수많은 스승의 자존심을 깨고 교권을 깨는 정권의 꼭두각시였다고 할 수 있다.

국사 교과서에는 왜곡된 친북사관(史觀)으로 도배를 해놓은 같은 10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은 17건 게재 중 군사혁명 당시 군복 입고 선글라스 낀 부정적 사진만 7건을 싣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3번 실으면서 남북정상회담(8회) 노벨평화상(3회) 대통령 취임(2회) 등 우호적 사진만 실었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 없는 빈 가슴으로 세워둬야 할 대상은 바로 스승의 날을 없애고 이념 편향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친 주범들이다. 맑은 정신으로 올바른 말씀을 하는 교사들 가슴에만 카네이션이 빛나도록 이 나라 교육이 변해가야 한다. 잠시는 속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아이들도 맑은 정신의 스승을 가려낼 줄 안다.

가정의 효도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먼저 혼미한 정신으로 어지러운 행동과 말을 않고 맑게 살아야 한다. 가난한 서민이 잠자고 있을 동안 밤새 저들끼리 돈 빼돌리고 그런 짓을 감독하라고 맡긴 자리를 이용해 더 큰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취하는 썩은 공복 정신을 보이고는 어버이날이 1년에 300날이 돼도 다음 세대가 효를 받들 리 없다. 한나라당 시장이 발의한 민생 안건들은 14건 몽땅 다 부결시키고 전교조가 지지하는 세칭 좌파 계열 교육감이 발의한 안건은 100% 다 통과시켜 주는 그런 어른들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차라리 카네이션을 나무 장승이나 전봇대에 꽂아주고 싶을지 모른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보내고 맞으며 '정신이 혼미한 자들'은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나는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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