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게임장구설수 오른 경찰

한동안 잠잠하던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독버섯처럼 북부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과 행정기관의 계속된 단속에도 불법 게임장은 좀체 숙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안동지역에서는 경찰서장 관서와 불과 200여m 정도 떨어진 '턱밑'에서 영업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게다가 최근 안동경찰의 늑장 수사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게임장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불법 프로그램 '바다이야기'가 아니라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 이용가 심의를 받아 경찰의 게임기 압수는 물론 단속을 피할 수 있는 '해마전기'(海魔傳記)라는 프로그램.

이 같은 적법한 프로그램을 변칙 운영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대부분 영업장에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 단속되더라도 사실상 '몸통'은 빠져나가고 '깃털'만 잡히는 꼴이다. 빠져나간 몸통은 또 다른 곳에 영업장을 차리고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것.

한마디로 이번처럼 안동경찰의 '늑장 단속'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보다 불법 게임장이 독버섯처럼 번질 수 있었던 데는 '경찰이 거름 역할'을 했다는 말들이 파다하다. 단속을 느슨하게 하는 경찰에게 이들 게임장 업주들은 수시로 술과 밥을 대접하고 정기적으로 엄청난 금품을 제공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다.

실제로 안동 태화동 S게임랜드 업주인 폭력단체 조직원 김모(42) 씨도 오랫동안 경찰의 비호를 받으면서 호황을 누렸다는 것. 이들이 문경지역에서 수년 동안 단속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면서 일부 경찰들과의 깊은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소문들이다.

유착 의혹을 보도한 본지 기사(5월 9일자 4면 보도)가 나간 이후 게임장 업주와 연루된 경찰의 실명까지 전해지는 등 지역에서는 소문과 설(說)이 기정사실화돼 가고 있다. 여기에는 앞서 보도됐던 경찰의 고위간부 A씨, B팀장과 C계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A간부와 같은 고향 후배인 문경지역 게임업계 대부 D씨를 통해 폭력단체 조직원 김씨를 비롯해 게임업체 업주들과 수시로 만나 술판을 벌였으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들이다.

안동경찰의 늑장 단속과 문경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시작된 불법 게임장 수사와 감찰이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로 흐지부지될지를 불법 게임장에 멍든 피해자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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