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 시중은행의 임원회의 도중 대구로 컨택센터를 부분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다 재미있는(?) 설전이 오갔다. 대구 사람들은 사투리가 심해 서울에서 고객이 전화를 걸면 의사소통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잡는 순간, 한마디 반박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성들의 표준어 습득력은 빠르고, 구사력도 정확한 편이다. 오히려 대구에 컨택센터를 만들면 2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어 이점이 되지 않겠느냐."
#9일 오전 8시 30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맞은편 한 편의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손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용객은 모두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이들은 하나같이 한 손에는 빵과 커피, 우유 등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이들이 출근하는 곳은 인근에 있는 한 컨택센터. 이 컨택센터에서 일하는 인원만 600명으로 아침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 이들이 먹고 사들이는 물량은 인근 상점 수십 곳을 먹여 살린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이야기다.
대구시가 주력 사업으로 매달려온 '컨택센터'가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유치 초기 1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던 대구 컨택센터 고용인력이 1만여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컨택센터가 성장하는 배경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상대적으로 낮은 건물임대료, 근무인원의 성실성 등 상당한 인프라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컨택센터 왜 대구인가
'1인당 사용 면적 3㎡ 남짓, 연간 2천만원 정도의 급여, 1인당 연간 90만원가량의 건물 임대 수입 발생, 주변 유동인구 증가로 상권 발달, 800만원 정도의 IT 관련 시설 설치비.'
컨택센터가 가져오는 경제유발 효과다.
대구시는 일자리 창출 효과와 도심 사무실 공실 해소, 여성인력 경제활동을 통한 서비스 산업 육성, IT 산업 등 관련 산업 확장 등을 장점으로 내세워 지원에 나섰다. 대구시에 따르면 1천 석 정도의 컨택센터를 유치할 경우 289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생기고 중소제조기업 55곳을 동시에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대구는 2004년 이후 컨택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까지 8개 업체 800명 수준이던 컨택센터는 2009년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이후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다.(그래프 참조) 대구시의 재정적 지원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5년부터 대구시가 컨택센터 신증설 투자기업에 지원한 비용은 총 74억여원. 매년 10억원 가까운 시재정을 컨택센터에 지원한 셈이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현재 대구에는 45개 업체, 9천207명이 일하고 있다.
대구시 투자유치단 관계자는 "컨택센터를 마련하는 기업들이 대전을 선호하는 것은 표준어를 잘 사용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중부권이어서 고객이 많은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구의 잠재력을 대전(1만3천 명 남짓)보다 높게 보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택센터의 입주 1순위는 인력 확보가 용이하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대구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구시가 지원하는 재정 규모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치열한 지자체간 유치 경쟁
컨택센터 유치에는 대구뿐 아니라 대다수 대도시들이 적극적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 중 가장 많은 컨택센터 종사자가 있는 곳은 대전으로 대전시가 밝힌 이들의 인건비만 한해 2천200억원. 현재 국내 90개가량의 업체가 대전에 자리잡고 있다.
이미 2007년 종사자 1만 명 시대를 연 부산은 2005년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며 컨택센터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용 건물까지 지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광주다.
올 3월 광주는 빛고을고객센터를 열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컨택센터 전용 사무실의 50%가량이 공실 상태이지만, 광주시는 향후 이곳으로 들어서기 위해 의사타진하고 있는 곳이 있어 크게 무리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651억원을 들여 광주 상무지구에 건립된 빛고을고객센터는 지하 5층, 지상 15층 건물로 지상 4층부터 지상 12층까지가 컨택센터 전용 사무실이다.
정보통신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컨택센터 규모는 전국적으로 2천361개 업체, 19만2천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규모도 7천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이중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74%를 차지해 압도적 비율을 구성하고 있고 뒤를 이어 대전(7.5%), 부산(6.9%), 대구(5%), 광주(3.5%)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택센터 한계
컨택센터가 고용률 상승에는 파급효과가 크지만 '안정적' 직장 확보라는 차원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일단 종사자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지만 '짧은 근무 기간'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대구에서 인력확보가 용이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동안 실업자가 많았다는 방증"이라며 "이들마저도 결혼을 앞두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쌓인 경력이 무용지물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고객의 불만을 이해하려면 사회 경력이 중요한데 경력이 쌓이면 그만 두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컨택센터 전용빌딩을 만들어 보육시설까지 갖춘 뒤 고급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자는 제안이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도 경력 단절에 구조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한 종사자는"능력에 따라 급여가 차등 지급돼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지만 장기간 일할 직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하루종일 일하면 150통에 가까운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 불만의 목소리만 듣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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