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한 위기감과 더불어 지속적인 세계경제 성장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이 전 지구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일상의 문제에 부딪히면 후순위로 밀려나고 만다. 비용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들에서도 녹색성장은 전면적으로 실현된 적이 없는 성장모델이다.
녹색성장이란 '지속 가능한 발전, 즉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역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녹색산업, 녹색기술, 녹색농업, 녹색식품, 녹색관광이 필요하다. 또 녹색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녹색국토, 녹색도시, 녹색건축, 녹색농촌이 유지되어야 한다. 여기에 순환형 자원시스템의 구축에 알맞은 수자원 관리, 녹색산림, 청정해양, 녹색에너지, 도시광산 등도 갖춰져야 한다. 물론 녹색교통, 녹색산업단지, 생태하천 등을 비롯해 녹색기업, 녹색생활, 녹색서비스, 녹색교육 등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는 역시 녹색에너지일 것이다.(물론 녹색생활과 녹색성장, 녹색에너지는 모두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기에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 해결하기는 어렵다.) 녹색에너지란 화석연료(석유, 석탄 등)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태양열, 지열,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에너지, 파력 등)를 말한다. 녹색에너지는 영구적이며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원자력과 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는 녹색에너지의 유사개념이지만, 완전한 녹색에너지는 아니다.
이 책은 녹색에너지의 이용 원리와 장단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예컨대 태양열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 자원의 소비 없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공해가 없고, 진동과 소음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설치비용이 많이 들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 현재 석유값에 비해 비경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풍력에너지 등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좋은 것은 알겠는데,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녹색에너지 이용과 우리나라를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게 차이 나는 점은 자전거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많은 선진국 국민들은 자전거를 녹색교통수단으로 애용한다. 유럽 사람들은 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 자동차 뒤에도 거치대를 설치하고 자전거를 싣고 다닌다. 기차역에는 대규모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수천 대의 자전거가 빽빽하게 서 있다. 자전거로 기차역까지 온 다음 기차를 타고 목적도시로 향하고, 거기서 또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갖고 기차를 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가도 많다.
이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비가 내려도 자전거를 탄다. 술집 앞에도 슈퍼마켓 앞에도 온통 자전거 행렬이다. 이는 물론 충분한 인프라 덕분이다. 자전거도로는 물론이고 육교 역시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도록 완만한 자전거용 경사로가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 16.6%, 교통 분담률 1.2%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한국에서 벤츠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이유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국민성 때문만은 아니다.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위한 교통시스템 개선, 보험 등 안전장치 마련, 보관과 이용시설 확대, 굴곡이 심한 우리나라 지형에 알맞도록 '힘이 덜 드는 자전거 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막대한 초기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 책을 통해 녹색성장에 대한 이론적 체계화와 동시에 분야별 녹색성장 전략 및 프로그램 개발과 이해, 경제주체들의 역할, 국내외 다양한 실천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녹색성장, 녹색에너지는 이제 필수다. 문제는 그 설치와 유지비용이 '화석에너지'에 비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 '경제성 문제'는 현재로서는 바꿀 수도, 변하지도 않을 과제처럼 보인다.
'초기비용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해결책은 없을까? 답은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가 '교육'에 기울이는 관심만큼 녹색에너지, 녹색생활에 투자한다면 '녹색 삶'은 그다지 먼 이야기가 아니다. 472쪽, 2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